박찬숙 “12년 전 이미 남성 지도자 성범죄 방치하면 안 된다 외쳤건만”

입력
2019.01.10 17:27
수정
2019.01.11 11:17
박찬숙 한국여자농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 WKBL 제공
박찬숙 한국여자농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 WKBL 제공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 선수의 성폭행 피해 사건이 체육계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12년 전인 2007년 “남성 지도자의 성범죄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라고 강력하게 경고한 스포츠계 인사가 있었다. 여자 농구계의 대모 박찬숙(60) 한국여자농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이다.

12년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이었던 박 본부장은 당시 한 여자농구팀 남성 감독이 소속팀 선수를 성추행 한 혐의로 구속되자 “(체육계) 성범죄는 또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하지만 그의 외침은 빈 메아리가 됐고 12년 후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됐다.

박 본부장은 10일 전화 통화에서 “아직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린 선수를 어떻게 그렇게 대할 수 있는지 너무 가슴 아프다. 머리가 혼란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 성적을 내기 위한 훈육과 그 이상의 지나친 행동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고도 했다.

박 본부장은 특히 빙상 같은 개인 종목은 소수 지도자가 여러 선수를 가르치는 단체 종목보다 더 특수한 지도자-선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봤다. 박 본부장은 “지도자와 선수는 어디까지나 교육자와 피교육자로서의 선을 지켜야 한다”면서 “그 이상의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여성 선수들에게는 여성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무조건 여성 지도자로 전원 교체하자는 게 아니라, 남녀 성비 균형을 맞추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남성 감독을 선임할 경우, 코치진 중 일부는 여성으로 꾸려 여성 선수들이 감독에게 토로할 수 없는 고민까지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남성 지도자와 여성 지도자가 서로 공존하면서 역할 분담을 한다면, 이번 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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