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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퍼트 해 해양경계선을 두고 미국과 캐나다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구글이미지 캡처

캐나다의 대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미국이다. 무역의 75%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량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맺어진 동맹 등 캐나다에게 미국은 경제적으로도 안보적으로도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그러나 이렇듯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캐나다에게도 끝내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북극해 일부인 보퍼트 해상의 경계선을 자국에 유리하게 정하려는 미국과의 분쟁이다.

보퍼트 해는 북극해 중에서도 미국 알래스카 주(州) 북부의 ‘배로 곶’에서 시작해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에 속하는 퀸엘리자베스 제도 서단을 연결한 약 47만6,000㎢ 지역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그 중 어디까지를 자국 영해로 삼을 것인지에 대해 각기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양국의 주장에 따라 해양경계선을 획정하면 약 2만1,000㎞의 면적이 쐐기모양으로 겹치는데, 이 부분이 바로 영유권 분쟁 대상인 것이다.

양국은 서로 다른 근거를 들어 경계선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캐나다는 1825년 영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상트페테부르크 조약에 따라 미국 알래스카주와 캐나다 유콘 준주 사이 국경선을 기준으로 200해리(약 370㎞)의 자오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국제 해양경계는 양국 연안에서 수직으로 뻗은 등거리선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양국이 보퍼트 해의 경계선에 집착하는 건, 해저에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원의 양이 어마어마해서다. 캐나다국가에너지위원회(CNEB)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가 분쟁하는 쐐기꼴 면적 아래에는 캐나다가 20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양인 1조7,000억 리터의 천연가스와 63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2004년 미국이 보퍼트 해 지하자원 탐사에 나섰을 때 캐나다가 강력 반발한 이유다.

2010년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는 이 해양경계선을 두고 미국과 캐나다 간 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 해 분쟁 지역으로 남았다. 이와 관련 양국 모두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완전한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아직까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중재도 요구하지 않은 상태로, 최근에는 보퍼트 해 환경 보존을 위한 조치에만 두 나라가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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