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물의 예천군의회, 해외연수 예산은 2배 늘려

입력
2019.01.10 18:43
수정
2019.01.1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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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인 가이드 A씨가 지난달 23일 박종철 예천군의회 부의장의 폭행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피해자인 가이드 A씨가 지난달 23일 박종철 예천군의회 부의장의 폭행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해외 연수 중 현지 가이드를 폭행해 물의를 빚은 경북 예천군의회가 해외 연수 예산을 전년도에 비해 2배 늘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한국일보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예천군 본예산을 분석한 결과, 2017년까지 의원 1인당 200만원 수준이던 의원 국외여비는 2018년 540만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의정활동 지원비에 포함된 국외여비는 해외 연수에 지원되는 예산이다.

눈 여겨 볼 대목은 예산이 크게 상승한 시점이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국외여비는 매해 동결됐거나 증가하더라도 2~25% 수준이었으나 예산편성권이 군의회로 넘어가면서 국외여비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방재정 운용 자율성을 확대한 정부 방침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2017년 7월 총액한도 내에서 자치단체가 지급 대상과 금액을 자율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예산 편성에 자율성을 얻은 예천군의회는 의회 전체예산을 2017년 8억 2,483만 3,000원에서 2018년 11억 7,670만 5,000원으로 늘렸고 국외여비 예산도 확대한 것이다.

예산이 증가하면서 연수 지역도 바뀌었다. 러시아, 중국, 라오스 등 아시아에 집중됐던 연수 지역은 미국과 캐나다 같은 장거리 국가로 변경됐다. 5, 6일에 그치던 연수 기간도 10일로 확대됐다.

폭행 물의를 빚은 지난해 12월 미국 연수에 투입된 예산도 1인당 442만원이었다. 2017년 2월 3박 5일짜리 라오스 연수 당시 1인당 경비는 158만원이었다.

지난 4일 경북 예천군의회 청사에서 박종철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지난 해 연말 다녀온 미국-캐나다 연수 중 현지 가이드 폭행에 대한 사과문을 읽고 있다. 왼쪽은 당시 연수에 함께 참석했던 이형식 의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4일 경북 예천군의회 청사에서 박종철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지난 해 연말 다녀온 미국-캐나다 연수 중 현지 가이드 폭행에 대한 사과문을 읽고 있다. 왼쪽은 당시 연수에 함께 참석했던 이형식 의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실한 해외 연수 계획도 별다른 심의 없이 통과됐다. 지난해 12월 3일 공개된 예천군의회 2018년도 해외 연수 계획서는 2017년도 계획서의 ‘복사판’이었다. 계획서에서 밝힌 여행 목적과 여행 동기 및 배경 항목은 전년도와 한 문장만 다를 뿐 나머지는 그대로 옮겨 적었다. 그마저도 “주요 현안 사업에 대해 외국 관련 시책과 우수시설을 비교ㆍ분석하여 우리 실정에 맞게 접목시켜 지역발전 및 주민복지 향상에 기여하기 위함”, “국외선진도시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한다” 등 모호했다.

예천군의회는 바뀐 정부 지침에 따라 예산을 편성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예천군의회 사무과 관계자는 “그동안 의장ㆍ부의장 업무추진비 및 의정운영공통경비는 거의 동결 수준이었기 때문에 의원 해외 연수비를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천군의회가 해외 연수 예산을 대폭 늘린 사실이 알려지자 군민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최한열 예천군농민회 회장 등 회원 4명은 지난 9일 오후부터 군의원 전원 사퇴를 주장하며 박 부의장 사무실에서 농성을 벌였다. 또 주민들은 ‘예천군의원 전원사퇴 추진위원회’를 꾸려 11일 항의 집회를 예고했다.

예천군농민회 회원들이 군의원 전원사퇴를 주장하며 박종철 부의장 사무실에서 9일 오후부터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예천군농민회 회원들이 군의원 전원사퇴를 주장하며 박종철 부의장 사무실에서 9일 오후부터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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