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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기 한국 가정에서 남편은 반말을 쓰고 아내는 해요체를 쓰는 비대칭적 높임말 사용이 많았다. 심지어 아내가 연상이어도 남편 위주의 일방적 용법이 이루어졌다. 남편이 윗사람처럼 군림하던 남존여비의 성차별적 사고방식이 반영된 결과다. 남성 중심적 용법이 굳어져 외국 소설이나 영화 대사를 번역할 때에도 여성 차별이 그대로 반복되었다. 이러한 높임말 사용은 부부 사이의 불평등한 관계를 강화하고, 가정의 민주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요즘에는 서로 해요체를 쓰거나 반말을 평등하게 쓰는 신세대 부부가 대세를 차지한다. 인터넷에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조급해 하지 말아요..”, “응 고마워요^^”나 “그럼 같이 저녁에 산책 좀 할까?”, “응 그래야 될 거 같아 ㅜㅜ”처럼 높임말 사용에서 부부 간의 평등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해요체와 반말 가운데서 고민하는 예비부부에게는 해요체를 함께 쓸 것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높임말을 통해 예의를 갖추고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요체 사용은 부부 싸움이 격렬해지는 것을 막아 주고, 일상의 갈등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대칭적 높임말을 쓰면 상호 존중의 민주적 가치를 온 가족이 공유할 수 있고, 자연스러운 높임말 교육과 성 평등의 실천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높임말을 쓰면 격식을 더 차리게 되는 만큼 처음에는 어색하거나 거리감이 생길 수 있다. 언어 사용에서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점도 사실이다. 따라서 평소 높임말을 쓰되 친밀한 감정 표시나 전략적 말하기가 필요한 때에는 반말을 쓰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점은, 한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로서 높임말 형식까지도 공유하려는 자세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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