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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후 첫 방송 연설
“멕시코 국경, 인도주의 위기 직면… 장벽 예산, 수익으로 돌아올 것”
곧바로 민주당 측 반박 방송
펠로시 “국민 볼모 삼지 말고 연방정부 열어야” 책임론 맞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멕시코 국경 위기가 커지고 있어 57억 달러를 들여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며 여론전에 불을 지피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방송 연설을 통해 57억 달러의 국경 장벽 예산 확보를 민주당에 촉구하며 여론전을 벌였다. 이에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ㆍ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을 인질로 삼고 있다는 반박 방송 연설로 맞불을 놓았다. 양측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 사태를 부른 국경 장벽 예산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이날로 18일째를 맞은 셧다운이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취임 후 첫 방송 연설에서 “미국 남부 국경 상황은 인도주의적 위기이자 마음의 위기이며 영혼의 위기”라며 장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남부 국경 지대에 살인 범죄와 성폭력이 만연하고 마약이 들어오고 있다며, 미 세관국경보호국(ICE)이 지난 2년간 26만6,000여명을 체포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기’라는 표현을 6차례 사용하며 연방 정부 셧다운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그는 “콘크리트 장벽에서 그들이 원하는 강철 울타리로 변경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국경 경비를 위한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장벽이 예산 낭비”라는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50억달러의 ‘장벽 예산’이 금방 수익으로 되돌아올 것이며, 멕시코와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사실상 멕시코가 장벽에 비용을 대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유한 정치인들이 장벽과 울타리, 대문을 둘러 자신의 집을 보호하는 것은 벽 밖의 사람들을 증오해서가 아니라 벽 안의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며 불법 이민자로 인한 잔혹 범죄 피해 사례를 일일이 들어가며 미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이번 연설에서 그간 여러 차례 언급했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지는 않아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셧다운 사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제안도 내놓지 않아 셧다운 장기화를 불사하는 태도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황금시간대인 오후 9시께부터 약 10분간 진행됐으며 ABC, CNN, 폭스뉴스 등 주요 지상파와 뉴스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송 연설 직후 펠로시 의장과 슈머 대표는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서서 반박 연설에 나섰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무의미한 셧다운 가운데서 내놓은 발언은 거짓 정보로 가득 차 있고 악의적”이라며 “미국인을 볼모 삼지 말고 연방정부를 다시 열라”고 주장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국경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연방정부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양당 공동 법안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셧다운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며 “우리는 분노 발작(temper tantrum)으로 통치하지 않는다”며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날 TV를 통해 날선 공방을 주고 받으면서 셧다운 해법은 찾지 못한 채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에는 남부 지역 국경을 직접 방문해 여론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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