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자리 정부’의 참담한 성적표, 같은 실패 되풀이 말아야

입력
2019.01.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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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간 취업자 증가 규모가 9만7,000명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9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18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률도 3.8%로 2001년 이후 17년만의 최고치였다. 정부의 일자리 우선 정책이 무색한 수치다.

기획재정부는 전반적인 생산가능인구 감소, 온라인화ㆍ무인화가 확산하는 산업구조의 변화,자동차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의 구조조정과 업황 부진, 도소매ㆍ숙박ㆍ음식업의 과당 경쟁 등을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 같은 인구ㆍ산업 구조적 변화의 흐름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을 기재부가 지난해 취업자 증가 목표치를 32만 명으로 제시하고서 목표치의 3분의 1도 달성하지 못한 책임은 어떤 이유로도 면하기 어렵다.

대규모 정부 예산이 투입된 보건, 사회복지서비스와 농림어업 등에서는 일자리가 약 14만개 증가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과 취약계층이 많은 사업시설관리ㆍ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큰 도소매ㆍ숙박음식점업에서 23만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22조원 이상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한 정부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향후 3년간 취업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일자리 15만개를 만드는 데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3년간은 베이비붐 세대를 부모로 두고 1979~92년 사이에 태어난 ‘에코 세대’가 노동시장으로 본격 진입하는 시기다. 결국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늘어나는 반면 이들을 고용해야 할 기업들이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취업난은 현 정권 내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는 결국 기업투자에서 나온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한 신년사 내용이 곤경을 헤쳐나갈 답이다. 하지만 단기 효과에 급급해 건설경기 부양에 나서거나 공공 일자리에만 매달리면 같은 실패만 반복될 뿐이다. 고용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산업 체질을 바꾸는 혁신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주력산업 다변화, 중소기업과 대기업 격차 해소 등이 최우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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