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심석희, 코치에게 성폭행 피해 고소]
체육계ㆍ문체부 발칵 뒤집혀… 제2 추가 폭로 나올지 주목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나사르에 법원 최대 360년형 엄벌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지난 8일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가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사진은 2018년 6월 25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는 조 전 코치 모습. 연합뉴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체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부랴부랴 전ㆍ현직 국가대표를 전수조사하고, 모든 종목 선수들의 용기 있는 제보를 기다리기로 한 만큼 추가 피해자가 나올 경우 심석희 사건은 ‘한국형 나사르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지난해 미국 체조계 및 체육계는 나사르 스캔들로 쑥대밭이 됐다. 미국 체조대표팀과 미시간대 체조팀 주치의를 지낸 래리 나사르(55)는 30년간 300명이 넘는 여자 체조 선수들을 상습 성추행 한 혐의로 기소돼 사실상 종신형을 받았다.

자신의 치료실에 어린 선수들을 데려다 놓고 온갖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나사르의 범행 사실은 2016년 9월 국가대표 선수 레이첼 델홀랜더의 폭로로 처음 불거졌다. 지난해 1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4관왕에 오른 미국 체조 간판 시몬 바일스를 비롯해 전ㆍ현직 대표 선수 150명의 ‘미투’(#Me Too) 증언이 추가로 쏟아졌다.

이미 2017년 연방 재판에서 징역 60년을 선고 받은 나사르는 2018년 1월 미시간주 법원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유죄를 인정해 최고 175년형을 추가로 받았다. 또 2월 판결에선 최대 125년형이 보태졌다. 이를 합치면 최대 360년형으로 걸어서는 교도소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됐다.

나사르 사태의 후폭풍은 거셌다. 나사르의 범죄를 방조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미국체조협회와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미 전역을 충격에 빠트린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 AP 연합뉴스

이에 스콧 블랙문 USOC 위원장, 앨런 애슐리 USOC 경기향상 책임자 등 USOC 최고위층 인사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케리 페리 전 미국체조협회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옷을 벗었고, 같은 해 10월 그의 뒤를 이은 베리 보노 회장 역시 올림픽 체조 스타들의 추가 폭로 후 나흘 만에 사퇴했다.

미시간주립대는 피해자 332명에게 사죄의 뜻을 표시한 뒤 5억달러(약 5,611억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겨우 합의했다. 미국체조협회와 USOC를 상대로 한 소송은 수백 건이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어서 보상액 규모는 가늠하기조차 힘들고, 미국체조협회는 보상금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지난해 한국 사회에 번진 ‘미투 운동’은 체육계까지 확산됐다. 3월 리듬체조 국가대표 후보선수를 지도하는 이경희 코치가 2011년부터 3년간 전직 대한체조협회 간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 코치 외에 테니스 선수 출신 김은희씨도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코치와 2016년 대회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후 고소했다. 바둑에서는 외국인 여성 프로기사가 남자 김성용 9단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폭로했고,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최민경씨가 대한체육회 여성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잠잠하던 체육계 미투 운동은 이번 심석희의 주장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실제로 전ㆍ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지도자, 빙상인들로 구성된 ‘젊은 빙상인 연대’는 9일 성명서를 내고 “빙상계의 고질적 비리와 비위를 꾸준히 조사해 왔다”면서 “조사 결과 심석희 선수 외에 다른 선수들도 빙상계 실세들에게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