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하루 연장… 낙관론-신중론 엇갈려

입력
2019.01.09 16:01
수정
2019.01.09 22: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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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가 8일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위해 베이징의 호텔을 나서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가 8일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위해 베이징의 호텔을 나서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일정을 9일까지 하루 연장했다. 이견을 상당부분 좁혔다는 낙관론이 비등한 가운데 최종 타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2월 정상회담에서 90일간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한 양국이 종전으로 내달릴지 기로에 섰다. 양측은 10일 협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이끄는 양국 차관급 실무 대표단은 7, 8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협상에 나섰다. 미 대표단인 스티븐 윈버그 에너지부 차관보는 8일 기자들과 만나 “하루 연장하기로 했다”며 “현재까지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트윗에 글을 올려 “중국과의 대화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며 가세했다.

외신은 일제히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이 입장 차를 좁히고 있다”며 “중국 시장개방을 확대하고 미국산 상품ㆍ서비스를 추가로 사들이는데 의견 차이를 줄였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협상 타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우존스 뉴스도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등과 같은 이슈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9일 다우지수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중국은 협상기간 성의를 보이며 미국 달래기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농업부는 8일 미국이 최대 생산국인 옥수수, 콩 등 5종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 수입을 승인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국유기업이 7일 66만톤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는 ‘양적’ 해법에 주력하고 있지만, 정작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관건은 미국이 개선을 요구하는 중국의 ‘구조적’ 문제다.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강제이전 금지, 차별적 산업 보조금 지급 등 무역분쟁의 본질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번 협상에 앞서 외국인투자 기업의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고 강제 기술이전을 금지하는 새 외국인투자법 초안을 마련했지만 실제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행에 나설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에 WSJ은 “최종 타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고, 다우존스 뉴스도 “양측이 아직 합의에 이를 준비는 돼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9일 사설에서 “중국은 비합리적 양보로 무역분쟁을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합의는 주고받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상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중국의 어깨에 힘이 더 들어간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실무협상에 이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간 후속 각료 협상에서 다시 담판을 벌일 공산이 크다. 시기는 이르면 이달 말쯤으로 예상된다. 류 부총리는 협상 첫날인 7일 양국 대표단을 깜짝 방문해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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