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자 용어 변경에 깊은 우려”

입력
2019.01.09 10:37
수정
2019.01.0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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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달 11일 블랙리스트 사건과 장애인인권활동가 인권침해 및 사망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를 하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달 11일 블랙리스트 사건과 장애인인권활동가 인권침해 및 사망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를 하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국방부가 대체복무자를 가리키는 용어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서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바꾸기로 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9일 성명을 내고 “국방부의 결정은 대체복무제도에 관한 국제 인권 기준과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 판결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병역 거부 행위가 개인이 가진 양심의 보호와 실현이 아닌 종교적 신념과 가치에 따른 행위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유엔 인권위원회 등에서는 병역 거부를 사상ㆍ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근거한 권리로 인정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ion)’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최 위원장은 “유엔 인권위는 1998년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면서 병역거부권이 종교적, 도덕적, 윤리적, 인도주의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발생하는 심오한 신념 또는 양심에서 유래하는 것임을 밝혔다”라며 “지난해 헌재와 대법원도 병역 거부를 ‘종교적ㆍ윤리적ㆍ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로부터 형성된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병역 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로 양심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특정 종교나 교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 수호를 위해 무기를 들 수 없다는 양심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를 염두에 두고 향후 바람직한 논의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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