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의회 박종철 전 부의장 폭행 사건 지방의회 연수로 불똥

입력
2019.01.09 11:25
수정
2019.01.09 11:43

여행사 대표 “지방의회 공무연수 99%가 외유…가관”

경북 예천군의회 박종철 전 부의장이 지난달 23일 캐나다 토론토 버스 앞자리에 앉아 있던 현지 가이드의 얼굴을 때리고 있다. 안동MBC 제공
경북 예천군의회 박종철 전 부의장이 지난달 23일 캐나다 토론토 버스 앞자리에 앉아 있던 현지 가이드의 얼굴을 때리고 있다. 안동MBC 제공

경북 예천군의회 박종철 전 부의장의 가이드 폭행, 갑질 등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회의 공무 해외연수 99%가 외유성이라는 폭로가 나왔다. 가이드를 상대로 한 갑질 행사에 성매매까지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어 지방의회 해외연수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여년간 시ㆍ군ㆍ구 의회의 공무 해외연수 100여건을 담당해왔다고 밝힌 여행사 대표 A씨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순수한 연수는 1% 정도”라며 해외연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우선 연수 프로그램 구성부터가 문제였다. A씨는 “예를 들어 ‘이번 연수 주제가 재활용인데 관계기관 두세 군데를 방문하고 싶다’고 (주최 측에서 요청)하면 여행사에서 패키지 일정에 그것만 집어넣는다”고 밝혔다. 일반 관광상품에 관계기관 방문을 끼워 넣는 식이라는 것이다. 일정이 빡빡해지다 보니 지방의회 의원들이 권위적인 태도로 여행사 직원, 수행 공무원, 현지 가이드에게 일정 변경을 요구하는 일이 많았다고 A씨는 덧붙였다.

얼마 안 되는 관계기관 방문 일정마저도 참가자들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한다는 게 A씨의 증언이다. 그는 “그쪽 (기관)에서 관계자가 나와서 설명을 하는데 10분만 지나면 귀를 파고 있다. 빨리 끝났으면 하는 심정이고 인증샷 찍느라 바쁘다. 이 사람들이 보이는 행태가 정말 가관”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호주, 미국 등에서 지방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는 교포들도 처음에는 모국 의원들을 반갑게 맞아주다가 불성실한 태도를 보고는 “절대 안 받겠다”고 했다고 한다.

반면 유흥업소 출입, 성매매 등 일탈에는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A씨는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스트립바에 같이 가본 적도 있었고, 기본적으로 암암리에 성매매 같은 게 있었다”면서 한 군의회 해외연수 사례를 털어놨다. 도의회 관계자가 해외연수 중 현지 나이트클럽에서 성매매 여성을 호텔 방으로 데려왔고, 같이 방을 쓰던 사람은 호텔 로비에서 기다려야 했다는 것이다. A씨는 “호텔 로비 소파에 앉아 2시간 동안 (내가) 그 룸메이트의 말 상대를 해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외유성 해외연수가 사라지지 않는 데는 의원들과 여행사의 유착도 한몫 하고 있다는 게 A씨의 지적이다. 그는 “현직 기초의회 의원이 (여행사를 직접) 하고 있다. 자치 단체장도 같은 당 소속이어서 서로 친밀한 게 있을 거다. 지금도 지자체 공무원 연수를 상당부분 그 여행사에서 대행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종철 예천군의회 전 부의장이 미국 여행 가이드 폭행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읽고 있다. 왼쪽은 이형식 의장.
박종철 예천군의회 전 부의장이 미국 여행 가이드 폭행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읽고 있다. 왼쪽은 이형식 의장.

한편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행태가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무 해외연수 일정과 보고서를 공개해 검증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해외연수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요구까지 수십 건의 관련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외유성 출장 금지’ 제목의 청원을 통해 ‘외유성 출장 등이 밝혀지면 사용 금액 전부를 반납하는 동시에 의원직, 부수 혜택 등까지 박탈되게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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