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發 수출 위험 신호, 경제 체질 혁신 서둘러야

입력
2019.01.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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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가 50억6,000만달러로 전달(91억9,000만달러)보다 절반가량이 줄었다. 한국은행은 8일 ‘11월 국제수지(잠정)’를 발표하며 그 이유를 “반도체 등 주력제품 단가와 세계 교역량 둔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12월 경상흑자 폭은 더 줄어들 게 확실하다. 이날 발표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월별 수출 집계를 보면 지난달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전달 보다 17% 감소한 88억5,800만달러.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도 27개월 만에 감소했다.

삼성전자 4분기 실적(잠정)에서도 반도체의 부진은 거듭 확인된다. 매출은 3분기보다 9.8% 줄어든 58조원,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에 그쳤다. 사상 최고였던 3분기 실적보다 38.5%나 급락했다. 구글 등 세계적 기업의 데이터센터 구축 투자가 감소하고,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반도체 가격은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2년여에 걸친 반도체 산업의 ‘슈퍼 호황’이 막을 내리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을 책임지며, 우리 경제의 진통제 역할을 했다. 지난 20년간 수출 한국을 이끌던 자동차ㆍ석유화학ㆍ휴대폰과 디스플레이 분야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익이 감소하며 경고음을 울렸지만, 반도체의 슈퍼 호황에 가려 그 위험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올해 상반기는 한국 경제의 허약한 민낯이 드러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3.7%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인사에서 “제조업 혁신을 통해 정책 성과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위기 상황에 대처하려면 머뭇거리지 말고 몇몇 업종과 대기업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았던 경제 체질을 신속히 바꾸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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