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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회 이상문학상 수상 윤이형 작가
수상작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윤이형 작가. “가부장제라는 제도 자체가 문제다. 항상 더 누리는 사람과 덜 누리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이형(43) 작가가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지난해 발표한 중편소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본명이 이슬인 윤 작가는 이제하(82) 작가의 외동딸이다. 이 작가는 단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로 1985년 같은 상을 받았다. 윤 작가와 이 작가는 이상문학상을 대 이어 받은 두 번째 부녀 작가가 됐다. 한승원(1998년 수상) 작가, 한강(2005년) 작가에 이은 기록이다.

수상작은 젊은 부부가 이혼하는 긴 과정을 그렸다. 둘은 파경을 맞지만 둘의 인생은 파국에 이르지 않는다. 부부는 끝내 서로에게 잔인해지지 않고 상대를 이해한다. 가부장제를 떠받치는 결혼 제도를 통렬하게 비트는 요즘 소설들과 조금 다른 대목이다. 부부의 외동딸, 함께 키우는 고양이는 둘의 연결고리이기도, 삶의 희망이기도 하다. 소설은 고양이의 죽음과 결혼의 죽음을 미묘하게 엮는다.

소설 속 부부처럼, 윤 작가는 지난해 고양이를 잃었다. 그는 7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족 같은 존재의 죽음 앞에서 많은 것들이 부질없는 것 같았다. 삶과 죽음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고 했다. 윤 작가의 결론. “사람들은 결혼을 자기 자신이라 생각한다. 결혼의 실패를 자신의 실패로 여긴다. 문제가 있어도 행복한 것처럼 숨기고 기만적으로 산다. 삶은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 죽을 건데, 기만할 시간이 어디 있나. 소설 속 부부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솔직하게 추구하면서 더 나은 삶을 향해 변화하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심사위원인 권영민 월간 문학사상 주간은 “남성과 여성이 대립되는 존재로 부각되는 것이 사회적으로 문제인데, 수상작에는 관용과 이해의 시선이 담겨 있다”며 “그런 시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조심스럽게 다른 의견을 밝혔다. “우리 사회의 남녀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갈등이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지내요’ 식의 이야기를 싫어한다. 그렇게 가려고 했다면, 소설의 부부가 결혼 제도 안에 남게 했을 거다. 하지만 그러면 두 사람이 행복해지지 않았을 거다.”

윤 작가는 2005년 데뷔해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큰 늑대 파랑’ ‘러브 레플리카’ 장편 ‘설랑’ 등을 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는 “소수 취향의 작가라고 스스로 생각했고 독자도 많은 편이 아니어서 수상 소식이 뜻밖이었다”며 “소설 쓰기를 그만두지 말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이번 상의 본심 심사는 권영민 주간과 권택영, 김성곤, 정과리, 채호석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우수상은 김희선 작가의 ‘해변의 묘지’, 장강명 ‘현수동 빵집 삼국지’, 장은지 ‘울어본다’, 정용준 ‘사라지는 것들’, 최은영 ‘일 년’에 돌아갔다. 수상작품집은 이달 21일 출간되며 시상식은 11월에 열린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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