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결국 ‘광주 재판’ 끌려 나온다

입력
2019.01.07 16:12
수정
2019.01.07 16:32
1면
구독
5ㆍ18민주화운동을 왜곡 서술해 출판ㆍ배포가 금지됐던 전두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 한국일보 자료사진
5ㆍ18민주화운동을 왜곡 서술해 출판ㆍ배포가 금지됐던 전두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신의 회고록(전두환 회고록)과 관련한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두 차례 피고인 출석을 거부한 전두환(88)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강제 구인키로 하고 7일 구인장을 발부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8월 27일 첫 재판 당시 전 전 대통령이 출석에 응하지 않자 “두 번째 출석 요구까지만 소환장을 발부하겠다”며 강제구인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7일 열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 김 판사는 이날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 재판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 기일을 3월 11일 오후 2시30분으로 정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곧바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했다. 구인장 유효기간은 3월 11일까지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다음 재판 기일에 전 전 대통령을 강제로 법대에 세우게 된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3일 출간한 회고록에서 5ㆍ18 때 계엄군의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게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형사재판 당사자다. 이 때문에 검찰과 5ㆍ18단체 등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나와 진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이 열린 7일 오후 광주지법 앞에서 5월 어머니회 회원들이 전 전 대통령의 상징물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이 열린 7일 오후 광주지법 앞에서 5월 어머니회 회원들이 전 전 대통령의 상징물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첫 공판 기일 때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같은 해 10월 1일로 공판 기일을 연기했으나 전 전 대통령 측이 관할이전신청(9월 21일)을 내면서 또다시 공판이 3개월 뒤로 미뤄졌다. 전 전 대통령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이날도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못해 광주시민들께 송구하다. 피고인이 현재 독감과 고열로 외출이 어려워 무리하게 출석할 수 없었다”면서 진단서와 함께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면서도 정 변호사는 전 전 대통령이 강제로 법정에 끌려 나오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듯 “오늘 기일엔 피고인이 예측하지 못한 병환으로 불출석하게 됐다. 법원이 피고인을 (강제) 구인 안 하더라도 출석하겠다.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이 이날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했지만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을 강제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유통일 민주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늙고 병든 전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워 굴욕을 주려고 한다”며 반발,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인간 방패막을 만들어 검찰의 강제구인을 저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서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