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어떨까요]생계 곤란한 암 환자는 장애로 인정해 경제적 지원을

입력
2019.01.08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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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 문을 연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서 영양사가 한 암 생존자에게 영양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지난해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 문을 연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서 영양사가 한 암 생존자에게 영양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암 수술한 환자에게도 장애 등급을 주세요.’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본인을 암 생존자의 아내라고 밝힌 A씨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네 식구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중 애들 아빠가 위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았다”면서 “생업에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맞춤식 심사기준’을 만들어 장기적인 생계 곤란이 분명한 경우에는 장애인으로 인정해달라는게 A씨의 바람이다.

암 생존자들은 고가의 의료비 지출에 더해 대부분이 암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수입이 끊긴 터라 경제적 어려움은 가중된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생계 지원을 받긴 어려운 처지다. 정부는 암, 치매 등 난치성 질환자에게 중증환자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해 주고 있지만, 장애인복지법이 아닌 ‘세법’ 상 장애인이라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혜택 정도만 볼 수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암 생존자와 환자들은 암으로 인한 정신적 및 사회적 활동의 결함 또한 장애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유방암 3기로 2017년 수술을 받으면서 겨드랑이 림프절 전체를 잘라내 오른손과 팔을 거의 못 쓰게 된 김민정(42)씨는 “수술 후 후유증으로 일을 그만두게 됐다”면서 “관절에 문제가 생겨도 장애라면서 왜 암 환자들은 장애로 인정받을 수 없는지 의아하다”고 되물었다.

외국의 사정은 다르다. 미국은 말기 암 환자를 장애인으로 보고 사회보장법에 따른 혜택을 주고, 영국에서도 암 환자에게 장애 생활수당이나 보호수당 등을 지급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사회보장성 강화 정책과 맞물려 암과 혈액질환 및 복합부의통증증후군을 장애로 인정할 수 있는지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유야무야 된 바 있다.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프로그램 마련도 중요한 문제다. 단순히 일자리를 주선해주는 일뿐 아니라 건강관리와 신체 훈련, 암 진단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심리적 교육 등을 포함한 암 재활 시스템 마련은 긴요하다. 해외에서는 암 진단 시기부터 통합적인 재활의료를 지향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가 2017년 하반기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국립암센터와 전국 6개 지역암센터에서 국가 차원의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암 생존자들은 이곳에서 전담 의료진과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로부터 교육ㆍ상담을 받고, 영양 식사 관리, 정서 지지, 운동 재활 등의 프로그램도 활용한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암 환자는 치료 후 재발, 후유증, 불안, 우울, 직업상실, 경제적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며 “암 생존자 문제는 의료적 접근뿐만 아니라 심리, 사회복지 영역까지 통합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터로 돌아간 암 생존자들에 대한 회사 차원의 ‘배려’도 필수적이다. 치료와 일이 양립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발표한 ‘제3기 암대책 추진 기본계획’에서 기업에게 암 생존자들을 위한 유연한 휴가제도나 근무제도를 도입하도록 하고. 지원과 포상으로 이를 독려하기로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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