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를 쉽고 빠르게 측정…치매ㆍ파킨슨병 등 조기 진단 길 열려

입력
2019.01.07 23: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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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과학대ㆍ하버드대 연구팀, ‘항노화 진단 키트’ 개발

국제 학술지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1월호 게재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인지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검사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인지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검사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주 적은 양의 혈액으로 노화 진행 여부를 쉽고 빠르게 측정해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ㆍ파킨슨병 등 노화로 인한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지금까지 노화와 항노화 여부를 분자 수준으로 정확히 진단하는 방법이 없어 알츠하이머병ㆍ파킨슨병 같은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은 병이 악화된 뒤에야 진단할 수 있었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는 분당차병원, 미국 하버드대 의대, 생명공학연구원 등과 함께 노화 쥐(마우스)와 젊은 쥐의 혈액 내 분자들을 분석해 노화 바이오마커를 찾아내 노화 쥐에게 ‘젊은 피’인 인간 제대혈(탯줄 혈액)의 혈장(플라즈마)을 투여한 결과, 뇌가 젊어지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결과는 분자영상진단ㆍ치료법 분야의 최고 국제 학술지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ㆍImpact Factor 8.54)’ 1월호에 실렸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한 바이오ㆍ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팀은 유전체학부터 대사체학까지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OMICs 기법을 통해 3개월 된 젊은 쥐 그룹과 20~23개월 된 노화 쥐 그룹, 플라즈마(혈장) 처리된 20~23개월 된 노화 쥐 그룹 등 3개 그룹에 인간 제대혈 혈장을 주입해 항노화 정도(노화 쥐가 얼마나 젊어졌는지)를 살펴보는 전임상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인간 제대혈 혈장이 투입된 노화 쥐에게서 학습ㆍ기억력이 크게 향상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피 속에서 노화 정도를 알 수 있는 신규 바이오마커들을 발굴했고 이 가운데 AA(arachidonic acid)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노화와 항노화 정도를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진단키트인 ‘바이오센서(cMES; competitive magneto-electrochemical sensor)’도 개발했다.

cMES 바이오센서는 제대혈의 항노화 효과와 혈중 아라키돈산 농도 변화를 임상에서 바이오마커 AA를 빠르고 쉽게 측정할 수 있다. 특히 휴대 가능할 정도로 소형화했고, 민감도도 매우 높아 0.5㎕ 이하의 아주 적은 혈액만으로도 혈중 아라키돈산 농도를 1시간 30분 이내에 측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아라키돈산 같은 저분자화합물은 질량분석기로 분석해야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질량분석기는 분석에 전문기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장비도 비싸고 유지비도 많이 드는 등 단점이 적지 않다. 현재 저분자화합물 분석에 가장 널리 쓰이는 효소면역정량법(ELISA;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은 분석 시간이 길고, 고가의 흡광도 판독기가 필요하기에 일반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cMES의 장점은 여러 번 반복 측정이 쉽고 빠르고 경제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복적인 측정을 통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노화 관련 질환의 발병 여부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문 교수팀은 전임상 동물실험에 쓰인 쥐의 cMES 수치를 측정한 결과, 젊은 쥐는 cMES 시그널(%MAX)이 20 이상이었고, 늙은 쥐는 10 이하에 불과했다. 그런데 cMES 시그널(%MAX)이 10 이하에 불과했던 늙은 쥐에게 인간 제대혈 혈장을 투여한 뒤 20 이상으로 늘어나 젊은 쥐 수준으로 향상됐고 4개월 이상 지속됐다.

문 교수는 “AA를 포함한 질병관 관련된 바이오마커들을 새로 발굴해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을 조기 진단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며 “젊은 피 속에 많은 바이오마커들이 다량 함유된 천연물과 음식 등을 찾아 고령인이 많이 섭취한다면 노화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약물 하나로 노화를 멈추기는 어렵지만 다양하게 분화하는 줄기세포나 여기에서 나오는 성분들을 조합해 노화로 인한 병을 고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연구모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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