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 참변]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누출 참사 부실시공 연통이 진동에 분리 탓”

입력
2019.01.04 16:14
수정
2019.01.04 18:53
7면
구독

경찰 수사 결과 발표…보일러 설치업자 등 2명 영장

내열 실리콘 처리도 안 해…총체적 부실이 부른 참사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이 4일 오후 강원 강릉경찰서에서 강릉 펜션사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보일러에서 배기관이 분리돼 일산화탄소를 포함한 배기가스가 각 방으로 확산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이 4일 오후 강원 강릉경찰서에서 강릉 펜션사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보일러에서 배기관이 분리돼 일산화탄소를 포함한 배기가스가 각 방으로 확산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마치고 우정여행을 온 서울 대성고생 10명이 변을 당한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 사고는 무자격자가 부실 시공한 보일러 연통이 진동에 의해 본체에서 분리되면서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누출돼 빚어진 참사로 드러났다.

강원경찰청 수사본부는 4일 강릉경찰서에서 브리핑을 갖고 보일러 시공업체 대표 A(45)씨와 기술자 B(51)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펜션 업주와 보일러 완성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가스안전공사 강원영동지사 관계자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해당 펜션이 2층 복층을 불법 증축한 사실을 밝혀내고 전 건물주 2명에게도 건축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 사고는 부실시공은 물론 안전검사 및 점검 소홀 등 총체적인 부실이 불러온 인재라는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경찰은 2014년 3월 10일 보일러 시공자가 배기관과 배기구 높이를 맞추기 위해 배기관 하단부를 10㎝ 가량 잘라냈고, 이를 배기구에 넣는 과정에서 절단된 면이 배기구 고무재질 ‘O’링을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배기구와 배기관 이음새를 법에 규정된 내열실리콘으로 마감처리 하지 않아 결합력이 약해진 가운데 보일러 가동 시 발생한 진동이 누적돼 사고 당일 연통이 분리돼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온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로 인해 지난달 18일 해당 펜션에 묵었던 대성고 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치명상을 입었다.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연소를 촉진하는 보일러 급기관(지름 7.1㎝)을 3분의 1 가량 막고 있던 벌집이 불완전연소를 유발해 연통이 분리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가 발생하자 72명으로 수사본부를 꾸려 보일러 연통이 언제, 왜 어긋났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또 문제의 보일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수십 차례 연소실험을 진행했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이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농어촌 민박에 대한 가스안전관리 규정, 가스공급자의 보일러 안전점검 항목 등 일부 미흡한 점에 대해 관계 기관에 통보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