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노리는 미국산대전차미사일...IS 알카에다 수중에 들어가 부메랑

입력
2019.01.03 16:20
수정
2019.01.03 19: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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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에서 도입해 운용 중인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판치르-S1'의 발사 장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에서 도입해 운용 중인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판치르-S1'의 발사 장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동 지역 여러 전장에 두루 배치돼 있는 고성능 대(對)전차유도미사일(ATGM) 시스템이 현지 주둔 미군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수년간 급속도로 미사일의 파괴 성능은 크게 높아졌지만, 미군 전차와 장갑차 방어시스템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등이 운용 중인 ATGM의 상당수가 미국에서 제조됐다는 사실에 비춰 보면, 미국으로선 결국 자신이 개발한 최첨단 군사기술 때문에 커다란 위험에 처해 버린 역설적인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WSJ에 따르면 현대식 ATGM은 일반적으로 목표물과 1마일(1.6㎞)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발사된 뒤, 마치 비디오게임의 컨트롤러와도 같은 유도 장치를 통해 정밀 타격을 하는 단계까지 와 있는 상태다. 발사 후 조종이 불가능하고, 사거리도 수백m 정도에 불과한 재래식 일반 로켓포와는 차원이 다르다. 파괴력도 상당하다. 존 고든 미 랜드연구소 분석가는 “지금의 ATGM은 1m의 냉압연강판도 뚫을 수 있다”며 “IS나 탈레반, 헤즈볼라, 또 다른 비(非)국가 군사단체들의 수중에서 이런 무기들이 늘어난다는 건 이들과 싸우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무기들의 확산은 미국과 러시아 등 군사강대국이 초래한 결과다. WSJ는 “미ㆍ러는 ATGM 등 최첨단 무기들은 물론, 이를 사용할 ‘용병 부대’도 훈련시킨 뒤 중동 지역으로 보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대리전을 치러 왔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2013년 중반부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맞서는 반군에 ATGM을 제공해 왔는데 지난해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건넨 무기가 알카에다 손에 흘러 들어갔다”면서 무기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의 IS나 알카에다 분파 등은 현재 미국산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정보업체 ‘스트랫포’의 선임분석가 오마르 램라니는 “미국이 과거 중동에 전달했던 ATGM의 위협에 현재 직면하고 있다는 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미군은 현재 시리아에 2,000명 이상, 이라크에 5,000명, 아프가니스탄에 1만4,000명 정도가 주둔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미군의 현 방어태세가 AGTM의 위협을 무력화할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국은 사실 1950년대부터 ‘미래형 전투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으나, 실전에선 주로 즉석 폭발물이나 로켓포를 사용하는 적과 싸우다 보니 연구개발 속도는 더뎌졌다. 그 사이 이 분야 선두주자로 올라선 곳은 2009년 ‘센서를 사용한 미사일 감지ㆍ파괴’ 시스템을 개발한 이스라엘이다. WSJ는 “미 육군이 ATGM을 견딜 수 있는 장갑(裝甲)시스템을 자체 개발 중이지만, 미군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즉각적인 방어’의 필요성 때문에 이스라엘 방산기업과의 거래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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