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조국ㆍ임종석 불러놓고... ‘민간인 사찰’ 스모킹 건은 없었다

입력
2018.12.31 20:00
수정
2019.01.01 01: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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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운영위 해 넘겨가며 공방… 나경원 “양두구육 정권” 날 세워

野, 김정주 사퇴압박 파일 공개에 與 “새누리 비례대표 23번 후보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을 확인할 스모킹 건은 나오지 않았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주장으로 시작돼 한 달 가까이 정국을 뒤흔든 의혹이었지만, 야당은 이렇다 할 물증이나 신빙성 있는 추가 의혹을 제기하지 못한 채 기존의 주장만 반복했다.

자유한국당은 적폐청산을 빌미로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가 이뤄졌다는 기획재정부 전 사무관의 유튜브 폭로에 힘을 받아, 이번 사태에 최대의 화력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따져 묻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히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격이 더 거셌다. 특히 관례를 깨고 12년 만에 현직 민정수석 자격으로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조국 수석은 시종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야당의 공세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반론의 기회만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 수석은 운영위 출석 직전 국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라는 옛말이 있다. 이번 사건은 한마디로 말해서 삼인성호(三人成虎)”라며 “매우 개탄스럽다”고 했다. 여야는 차수변경을 통해 새해 1일 운영위 회의를 다시 연 뒤 새벽 0시 45분까지 설전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 민간인 사찰 있었나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청와대가 민간인은 물론 하급 공직자까지 사찰하는 등 부적절한 일을 했다고 몰아세웠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 첫 질의자로 나서 “정권 초기 정의와 도덕성을 앞세웠는데 위선과 일탈에 양두구육(羊頭狗肉) 정권”이라고 시작부터 날을 세웠다. 양두구육은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사실은 개고기를 팔아 진실되지 않다는 고사성어다. 나 원내대표는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 총리실 민간인 사찰에 대해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사건은 대통령 탄핵감’이라고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즉각 반발했다. 임 실장은 “일방적으로 민간인 사찰이라고 하지 말고 구체적인 내용과 질문을 주시면 성실하게 말씀 드리겠다”며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라고 무리하게 말씀하신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발끈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제가 정말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즉시 저는 파면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조 수석은 “문 대통령께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하신 일이 국정원의 수백, 수천 명 요원을 철수시킨 것이다. 열 몇 명의 행정 요원으로 민간인을 사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인 신분인 박용호 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조 수석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공직유관단체로 부정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이라며 “관련 비리가 접수되는데 확인을 않고, 관련 부서에 전달하지 않으면 제가 부패방지 및 권익위법에 따라서 불법을 범하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이 이날 민간인 사찰 의혹을 거듭 제기하면서도 관련한 증거를 내놓거나 신빙성 있는 추가 폭로를 하지 못하자 여권의 장외 반격까지 거셌다. 박영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빈 수레는 덜컹거린다”며 “‘양두구육’, ‘민간사찰 탄핵감’이라는 등 사용된 어휘도 속 빈 강정이고 경박하다”며 “적어도 이런 어휘를 구사하려면 그에 따른 확실한 증거들이 열거돼야 한다. 2018년 마지막 날에 경박한 어휘로 큰소리치는 모습이 저무는 한 해를 슬프게 한다”고 적었다.

◇공직배제 블랙리스트 작성했나

한국당은 청와대가 공공기관 기관장과 감사 등 660여명에 대한 정치적 성향을 파악했다고 주장하며 블랙리스트 의혹도 거듭 제기했다. 이만희 한국당 의원은 “청와대 특감반이 지난해 7월에 문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330여개 공공기관 사장과 감사에 대한 출신 지역과 남은 임기, 세간의 평가 등을 망라하는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는 보도가 있다”며 관련 자료 제출을 거듭 요구했다. 이 의원은 또 한국당이 블랙리스트 문건으로 규정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언급하며 “김태우 수사관이 만든게 아니라, 이인걸 특감반장의 주도로 한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조 수석은 이에 “비위 행위자의 일방적 진술”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조 수석은 “책임질 수 있냐”는 이 의원의 추궁에도 “네“라고 단언했다.

이 의원은 오후 질의 과정에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김정주 전 환경산업기술원 본부장의 음성파일도 공개했다. 하지만 김 전 본부장이 2012년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환경분과위원장을 지낸 인사로 확인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김 전 본부장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23번을 받은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의 발언을 폭로라고 제시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임 실장도 “김 전 본부장은 임기를 다 채운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330여개 기관장은 부처 장관이 임면권을 가지는 사람이 더 많다”며 “김 수사관이 만든 것만 하더라도, (이것이 민간인 사찰이 되려면) 개개인의 사적인 정보가 있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또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공기업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 논란에 대해 “저희가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진행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2017년 9월 20일 한국전력 4개 발전자회사 사장이 사표를 동시에 냈다. 자발적이냐”는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적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다. KT&G 사장 교체 의혹을 묻는 강효상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도 임 실장은 “금시초문”이라며 “(폭로의 근거가 된 기획재정부 문건을 보면) ‘정부의 사장 선임 과정 개입은 불가능하다’, ‘정부 지분을 통해 사장 추천위원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응 방안이라고 나온다”고 반박했다.

◇정권실세 비위 의혹 묵살했나

야당은 우윤근 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이강래 도로공사사장 비위 묵살 의혹도 거듭 제기했다. 민정수석실이 여권 출신 인사를 감싼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정권 실세 인사에 대한 첩보는 철저히 묵인하고, 비문(재인) 인사에 대해서는 엄격히 잣대를 들이대며 특별감찰 활용에 이중잣대를 들이댔다”고 주장했다. 조 수석은 이에 대해 “우 대사 관련 동향 보고서를 받았지만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감찰의 모든 정보를 보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사 검증라인으로 이첩했다”고 밝혔다. 우 대사의 1억 2,000만원 등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이 난 것”이라며 “반부패비서관을 통해서 확인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최모씨와 아는 사이냐는 질문에는 “최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직간접적으로 어떠한 연락도 한 바가 없다”고 했다. 최씨가 김 수사관의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특감반원을 모집할 때 사적으로 아는 사람을 추천받는 게 아니라 법무부의 추천명단을 기초로 면접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김 수사관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당은 “김 수사관은 엄연한 공익 신고자”라며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등 제2, 제3의 공익 신고자가 잇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 수석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김태우의 비위행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며 “그럼에도 비위 행위자의 일방적 허위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뒤이어 정치 쟁점화됐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검찰수사를 통해 (김 수사관의) 비리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책략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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