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미래다] “숨은 장인의 제품을 소비자에 연결... 세계적 브랜드로 키울 것”

입력
2018.12.30 15:00
수정
2018.12.30 17:5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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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열 팩토리얼홀딩스 대표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본사에서 자사 제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지더블유, 이지케이, 이지플러스. 김혜윤 인턴기자
이동열 팩토리얼홀딩스 대표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본사에서 자사 제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지더블유, 이지케이, 이지플러스. 김혜윤 인턴기자

“직접 제조해서 판매하면 더 많은 이윤을 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걸 해야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고 봅니다. 저희가 유통과 마케팅, 연구개발(R&D)에만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팩토리얼홀딩스는 ‘유통 R&D 전문 기업’을 표방하는 회사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제조하는 우수 상품을 발굴해 마케팅과 홍보로 이를 소비자와 연결해준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코리아테크빌딩에서 만난 이동열 팩토리얼 대표는 “제조와 판매는 다른 영역”이라며 “우리 회사는 제조 분야에는 재주도 노하우도 없지만 상품의 가치를 입증하며 알리는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장점이 있기 때문에 숨어있는 장인들이 만들어낸 제품을 유통하고 R&D를 지원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팩토리얼이 판매하는 대표 제품은 초음파 세척기 ‘이지더블유’, 요실금 치료 의료기기 ‘이지케이’, 신선식품 포장기 ‘이지플러스’ 등이다. 제조사는 모두 다르다. 이지더블유는 네오텍, 이지케이는 알파메딕, 이지플러스는 두원물산에서 생산한다. 팩토리얼은 건강하고 안전하며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제품이란 점을 강조하며 이들 제품을 ‘이지’ 시리즈로 묶었다. 일반 가정에서 흔히 쓰는 제품은 아니지만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지플러스를 제외한 두 제품은 판매가가 100만원이 넘어 주로 렌탈 방식으로 판매하는데 지난해 이지케이로만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15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식자재를 깨끗하게 세척해주는 이지더블유 판매량도 점점 늘고 있다. 내년에는 이지 시리즈의 새 제품을 내놓을 계획도 있다. 이 대표는 “이지 시리즈 제품을 제조하는 세 회사 모두 각 제품을 10년 이상 만들어온 곳으로 이들의 기술력은 대기업이 큰돈을 들여 투자한다 해도 쉽게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지더블유는 7년 전 처음 시중에 선보인 제품인데 오랜 기간 검증 과정을 거치고 기술력을 끌어올린 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 당장 화제가 되고 관심을 모으는 제품을 가져다 팔아 봐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7년 전에는 미세먼지 제거나 음식물 초음파 세척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지만 몇 년만 지나면 수요가 생길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단기간에 제품을 알리고 홍보하는 것보다는 제품의 기술력을 입증하며 단계적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제품의 성능과 그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단기간 사용으론 성능을 확인하기 어려운 이지케이의 경우 오랜 기간 임상시험을 실시해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낸 뒤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증거를 통한 마케팅은 이 대표가 창업 전인 1990년대 후반 서울 종로 세운상가 노점에서 직접 주방ㆍ생활용품을 판매하며 체득한 세일즈 노하우다. 양면 유리창 청소기가 당시 그의 주력 상품이었다. 다른 상인들이 이 제품을 말로만 설명하며 팔 때 그는 직접 유리창을 갖다 놓고 시범을 보이며 판매해 대박을 터뜨렸다. 이를 토대로 독점 판매권을 따내 홈쇼핑에도 진출했고 정식으로 회사도 차렸다. 이 대표는 “시장에서 장사할 때는 말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품질을 직접 입증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고객을 이해시키고 설득했다”며 “이 같은 노하우로 20년간 영업을 하며 우리 제품을 백화점과 면세점, 홈쇼핑에 입점시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용ㆍ건강기기와 화장품을 수입ㆍ유통하는 코리아테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배우 이영애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유명해진 리파 시리즈와 카사업, 파오, 식스패드 등을 해외에서 들여와 판매한다. 팩토리얼보다 3년 늦은 2003년 설립됐지만 지분 구조상 팩토리얼의 모회사다. 매출 규모도 훨씬 크다.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 규모는 훨씬 작지만 이 대표는 팩토리얼에 애착이 크다. 그는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유통하는 것보다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서 유통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며 “당장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크진 않지만 팩토리얼을 우리만의 정신과 기술력을 보유한 100년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이지플러스 광고모델로 중화권에서 인기가 높은 배우 추자현과 중국 배우 위쇼우광(于曉光) 부부를 기용한 건 중국 시장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에서 먼저 자리 잡는 게 중요하기에 해외 사업은 아직 계획이 없다”면서도 “요실금 치료기 시장이 큰 일본에서 이지케이에 관심을 보이고, 중국에선 왕홍(중국 인터넷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시연한 이지플러스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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