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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로 살면서, 조금만 더 받으면 여유로움을 느낄 텐데 하고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돈을 조금 더 받는다고 해서 행복을 그만큼 더 느끼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전염된다’(2010, 이충호 역, 김영사)에 따르면, 2009년 가치를 기준으로 약 1만달러의 연봉을 더 받는다 해도 행복을 느낄 확률은 겨우 2% 올라간다고 한다. 최근 160여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다른 연구에 따르면 개인이 연 6만달러에서 7만5,000달러 사이의 소득을 올릴 때 일상적 행복을 느낄 확률이 높고, 9만5,000달러에 달하면 생애 전반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가 긍정적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일정액 이상의 연봉에 도달하면 소득 상승이 행복감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월급 몇만원 올라가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운 직장인들에게 돈으로 행복을 사려는 노력보다는 행복한 친구를 사귀거나 행복한 친구가 되는데 들이는 노력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행복은 전염된다’에 따르면, 직접 아는 친한 친구가 행복할 경우 내가 행복해질 확률은 약 15% 올라가고, 친구의 친구가 행복할 경우는 10%,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행복할 때 약 6%가 올라간다. 직접 만나서 대면할 수 있는 근거리에 있는 친구가 행복할 때 그 효과는 더욱 분명해진다. 역으로, 한 사람의 친한 친구가 불행감을 느끼면 나의 행복감도 7% 정도 손상된다.

그렇다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행복하지 않은 친구는 멀리해야 하나? 위에서 설명한 연구들이 제안하는 것은 그런 대인 기피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이의 삶에 관심을 갖고 경청하며 그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라는 뜻이다. 내가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나의 아픔을 나누고, 타인의 아픔을 경청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공감에 이르게 되고, 치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타인과의 소통 속에서 내 삶의 행복 요소를 찾아낼 수 있고, 그렇게 찾아낸 행복감은 친구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또 다른 친구, 심지어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당신의 행복은 결국 구조적 차원과 대인적 차원의 영향을 받는다. 구조적 차원이란 친구관계, 혈연, 마을 공동체 등에서 당신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가를 뜻한다. 주민 간 우애가 좋은 마을의 아이들은 삼촌 같은 동네 아저씨와 이모같은 동네 아주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다. 아이들은 자신도 성장했을 때 자신이 받은 보살핌을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공동체 윤리를 체득하게 되고, 마약이나 폭력 같은 반사회적 행위도 스스로 억제하게 된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내 행복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우정의 연쇄적인 연결망도 결국은 하나의 느슨한 공동체를 구성해간다고 생각해 보면 우정을 매개로 한 작은 공동체문화라고 볼 수 있다.

대인적 차원에서는 타인의 감정이 나에게 쉽게 전이(전염)되고, 나의 감정 역시 타인에게 전이된다는 점을 항상 숙지해야 한다. 특히 부서에서 영향력이 큰 고참 사원이나 부서장의 심기가 어지러우면 부서 구성원들의 마음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리더의 마음 다스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혹자는 행복해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강박이라고 말한다. 내가 꼭 행복해야 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왜 그런 것인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일리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는 사회의 눈높이에 억지로 자신과 아이들을 맞춰가면서 일어나는 온갖 부조리를 날것으로 드러내고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고 나누고 소통하고 서로 치유하는 과정에 행복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 드라마는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김장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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