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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칠한 TALK] 2018 대중문화 결산 

2018년 대중문화계는 ‘미투’(#Me Too)의 중심에 있었다. ‘미투’에 몇몇 남자 배우들은 도망치듯 자취를 감췄고, 해당 배우가 출연한 영화와 TV드라마들은 재촬영을 하거나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기도 했다. 영화계와 방송계 스스로 성폭력방지 단체를 만들고 예방 교육을 강화했다. 얼굴 구길 일만 있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에 “너 자신을 사랑하라”고 외치며 희망을 전파했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재조명된 록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는 세대를 통합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다사다난이란 수식이 적절했던 올 한 해 대중문화계를 한국일보 기자들이 돌아봤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행사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투’가 할퀴고 간 대중문화의 생채기 

양승준 기자(양)= “올 한해 대중문화계를 떠올리면 ‘외화내빈’이다. 방탄소년단이 유례없는 인기로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키면서 K팝이 가장 뜨거운 전성기를 맞은 반면, 아이돌밴드 더 이스트라이트 폭행 사건 등으로 K팝의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방송계에선 tvN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해외판매 등이 부각됐지만,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스태프가 돌연사 하면서 열악한 촬영현장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곯은 모습이었다. 전반적으로 시스템의 취약함이 드러난 한 해였다.

강은영 기자(강)= “동의한다. 그 동안 쉬쉬했던 대중문화계의 치부가 여실히 드러난 한 해였다. 영화ㆍ방송계에 번진 ‘미투’나 tvN 드라마 ‘화유기’와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를 통해 수면위로 떠오른 방송 촬영현장의 장시간 노동문제는 뒤틀린 관행과 관례가 대중문화계에 얼마나 뿌리깊은지 확인하게 했다. 마음 아팠던 한 해다.”

김표향 기자(김)= “대중문화계는 ‘미투’가 휩쓸고 간 상처가 깊었다. 특히 영화계는 그 여파가 컸다. 배우 오달수에 대한 ‘미투’ 폭로로,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은 그의 분량을 들어내고 재촬영을 해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 1편 ‘신과 함께-죄와 벌’에 이어 2편까지 ‘쌍천만’ 관객을 동원해 그나마 위로를 받은 듯하다.”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은 ‘미투’ 폭로로 인해 배우 오달수가 촬영한 분량을 들어내고 대체 배우(조한철)를 투입해 재촬영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강= “‘미투’ 이후 방송사들도 변화를 꾀했다.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CJ ENM 자회사이자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드는 모든 드라마의 대본에는 성폭력 예방 수칙이 붙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방송 관계자들이 계속 인지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김= “영화계는 임순례 감독을 필두로 한국영화 성평등 센터 든든이 출범했다. 영화 촬영 전 권고사항에 머물렀던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감독과 배우, 스태프 등 한 영화를 만드는 전체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양= “드라마에선 성 역할의 전복이 나타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혁신적이지는 않았지만 남자가 아닌 여자가 주체가 돼 직장생활의 애환이 심도 있게 그려졌고, 현재 방영 중인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는 스토리가 뻔하지만 ‘남자 신데렐라’ 구조로 전복했다. 새로운 변주라는 측면에서 반가웠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세대를 통합하고 멘토링, 힐링 콘텐츠 대세 

양= “세대를 통합하는 콘텐츠도 부각됐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제 관객수 900만명을 향해 돌진 중이고, 방탄소년단도 그 역할을 했다고 본다. 방탄소년단은 단순히 10~20대만 좋아한 게 아니라 중ㆍ장년층까지 폭넓은 팬 층을 보유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올해 앨범을 ‘러브 유어 셀프’(너 자신을 사랑하라) 시리즈로 마무리했는데, 내년에는 어떤 화두를 던질지 궁금하다. 그들 역시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

김= “‘보헤미안 랩소디’는 40대 이상 관객층에서 열풍이 먼저 일었다가, 10~20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퀸을 알고 ‘덕후’가 되는 현상까지 만들었다. 퀸의 멜로디가 익숙했던 10~20대가 진정한 퀸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퀸을 중심으로 한국의 전 세대가 소통할 수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양= “사람들이 멘토를 찾고 그리워하고 있는 현상도 엿볼 수 있다. 개그우먼 이영자가 MBC 예능프로그램 ‘전치적 참견 시점’으로 주목 받은 게 ‘먹방’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영자가 얼마 전 군대에 가서 젊은 병사들에게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 대한 강연을 했다. ‘거북이가 열등감이나 콤플렉스가 없어서 토끼와의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하는 대목에선 무릎을 치게 되더라.”

지난 22일 방송된 2018 KBS 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개그우먼 이영자. KBS 제공

강= “아마도 우리가 자기 확신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 그런 가보다. ‘내가 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하는 고민이 많으니까. 대중문화가 그런 부분을 건드려주니 시원한 게 아닐까.”

김=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백종원도 그런 의미에서 멘토라면 멘토다. 그는 식당 주인들에게 주방은 깨끗하게, 음식은 최대한 좋은 재료로 값싸게 등 기본과 원칙을 가르친다. 요즘은 기본과 원칙이 부재한 세상 아닌가. 주인들이 극적으로 부활하는 것보다 기본을 깨우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더 열광하는 듯하다.”

강= “그러나 한편으론 백종원이 적당한 멘토인가 싶기도 하다. 그는 요식업계 사업가지 요리 전문가는 아니다. 그런데 한식 중식 일식 등 모든 음식의 전문가처럼 나와 요리에 대해 품평을 한다. 장사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전문가는 아니지 않나. 그에게 의존하는 방송계가 안타깝다. 그만큼 대표성을 띤 전문가가 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

양= “힐링이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떠오른 부분도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나 JTBC ‘효리네 민박’, tvN ‘숲 속의 작은집’ 등은 철저하게 ‘소확행’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섬세하게 맛 표현을 하며 음식을 즐기는 이영자를 보면서 ‘소확행’의 진정한 삶이 아닐까 싶었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경기 안성의 tvN 드라마 ‘화유기’의 세트장을 방문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지난 1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SBS ‘황후의 품격’ 공동고발인단이 SBS와 제작사 SM라이프디자인그룹, 연출자 주동민 PD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강은영
 2019년 새해에는 희망을 

강= “새해엔 어떤 기대나 바람이 있나. 작년 이맘때 ‘화유기’ 촬영현장에서 조명을 달던 스태프의 추락사고를 단독보도 했었다. 이후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방송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내년 7월부터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는다. 1년 유예기간을 둬서 그전까지는 주 68시간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최근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의 스태프들이 2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했다며 SBS와 제작사, 연출자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현실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새해에는 방송스태프들의 노동 환경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 “안판석 PD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새로운 멜로를 제시했고, 이창동 감독은 영화 ‘버닝’을 통해 청춘의 고뇌를 그렸다. 올해 컴백한 가수 나훈아도 젊은 가수도 하기 힘든 전국 순회공연을 하며 팬들과 만났다. 세대통합을 이룬 노장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가왕’ 조용필이 내년에 앨범을 낼 예정인데, ‘바운스’ 같은 노래로 또 한번 세대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 벌써부터 설렌다.”

김= “성(性)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컸던 한 해였다. 모두 ‘미투’의 여파라고 생각한다. 래퍼 산이의 곡 ‘페미니스트’ ‘웅앵웅’ 등이 여성혐오 논란을 일으켰다. 래퍼 제리케이는 곡 ‘노 유 아 낫’으로 산이를 저격하기도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눈 감고 넘어갔던 것들에 예민해지는 건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문화가 발전하고 다듬어지는 게 아닐까.”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김표향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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