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타고 북녘 고향 가는 꿈 이뤄지다니…” 평화의 기적 울렸다

입력
2018.12.26 20:00
수정
2018.12.27 00: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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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착공식] 이산가족 김금옥 할머니 기쁨의 눈물 

경의선ㆍ동해선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이 열린 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으로 향하는 특별 열차 안에서 한 참석자가 착공식을 기념해 제작된 승차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의선ㆍ동해선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이 열린 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으로 향하는 특별 열차 안에서 한 참석자가 착공식을 기념해 제작된 승차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나고 자란 고향 땅에 간다는, 희열이랄까, 기쁨은 정말 말도 못합니다.”

개성이 고향인 이산가족 김금옥(86) 할머니는 열차 출발 전부터 들뜬 표정에 얼굴이 빨갛게 상기됐다. “‘살아 생전 (고향에) 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어디엔가 우리 부모님이 살아계실 것만 같다”고 말하면서는 급기야 눈물까지 쏟아냈다.

26일 김씨뿐만 아니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경의선ㆍ동해선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의 남측 참석자들은 설렘과 기대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018년 12월 26일, 서울↔판문, 운임 1만4000원’이라는 문구가 적힌 왕복승차권을 받아 든 채로다.

개성이 고향인 이산가족 김금옥(86)씨가 26일 서울역에서 판문역으로 향하는 특별열차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개성이 고향인 이산가족 김금옥(86)씨가 26일 서울역에서 판문역으로 향하는 특별열차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끊어진 철길을 이어 하나로 통하는 꿈을 잠시 만끽했다. 이날 오전 6시 48분, ‘함께 여는 평화, 번영’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달고 서울역을 출발한 새마을호 4201호는 2시간 뒤 개성 판문역에 도착했다. 북측 세관원은 열차를 타고 판문역에 도착한 남측 인사들을 향해 “(판문역에) 열차가 선 것이 10년 만이다”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2007년 12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개성공단을 오가던 화물열차의 운행이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된 이후, 판문역에 남측 열차가 정차한 것은 약 10년 만이다. 당시 열차의 마지막 기관사 신장철씨는 “퇴직하고 난 뒤 ‘언제 한번 가보나’ 했는데, (이번이)좋은 기회가 됐다. 뭐라 말할 수 없이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남측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인사 등이, 북측에서는 김윤혁 철도성 부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최병렬 개성시 인민위원회 위원장 등이 이날 착공식에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약 25분간 진행된 행사는 김윤혁 부상과 김현미 장관의 기념사에 이어, 철도 침목 서명식, 궤도 체결식, 도로표지판 제막식 순으로 짜였다.김윤혁 부상은 이 자리에서 “통일의 경적 소리, 기적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질 그날을 위해 똑바로 나아가야 할 때”라는 말로 남북 경협 의지를 밝히는 한편,“남의 눈치를 보며 휘청거려서는 민족이 원하는 통일 연방을 실현할 수 없다”며 ‘우리민족끼리’를 당부했다. 김현미장관은 “철도 공동체를 통해 경제 협력과 공동 번영을 견인할 것”이라며 경제 편익의 공동 향유를 강조했다.

리선권 위원장은 착공식 소감을 묻는 남측 기자에게 “감개가 무량하다”고 답변했다. 남측 인사들과의 환담에서 “이날 착공식 참석자들이 레일을 떠받치는 침목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전했다.

이날 착공식은 공사에 돌입한다는 의미에서보다, 착공 의지를 보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 조치에 따른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가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남북이 사업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표명하기 위한 상징적 행사로서 추진했다는 것이다. 김현미 장관은 향후 계획과 관련 “일단 실제 공사하기 전까지 할 게 굉장히 많다. 공동조사, 실태조사를 더 해봐야 하고, 설계만 해도 1~2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남북 의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 협력도 필수적인 만큼 정부가 구상하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관련국 인사도 다수 초청됐다. 옌 허시앙 중국 국가철로국 차관보, 블라디미르 토카레프 러시아 교통부 차관, 양구그 소드바타르 몽골 도로교통개발부 장관 등이다. 이들은 착공식 초청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향후 협력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26일 '경의선ㆍ동해선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6일 '경의선ㆍ동해선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ㆍ판문역=공동취재단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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