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석학칼럼] 중국의 가장 대담한 실험

입력
2018.12.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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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12월, 중국 지도자들은 역사상 가장 극적인 경제 변화를 일으킨 개혁 노선에 중국을 올려놓았다. 마오쩌둥은 그보다 2년 전인 1976년 사망했고, 복권된 덩샤오핑은 78년 12월 제11차 당 중앙위원회에서 경제발전과 현대화에 대한 자신의 전망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40년 만에 중국은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측면 모두에서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며 경제 대국이 됐다.

중국의 개혁은 국가통제가 덜했던 농업에서 시작됐다. 이중(dual-track) 가격 메커니즘을 통해 농부들은 시장으로 유인됐다. 가족 단위 농업생산 책임제인 ‘가정연산승포책임제‘로 토지를 자신들 책임 아래 더 훌륭히 경작할 수 있게 됐다. 농부들은 빠르게 적응하여 효율성과 생산량을 높였다.

개혁은 이후 다른 영역으로 확대ㆍ확장됐다. 비농업 생산 분야의 인센티브는 ‘향진(鄉鎮)기업’이라 불리는 복합소유 형태를 통해 강화됐다. 개혁이 도시로 확산돼 국영기업은 더 많은 자율성을 얻었고 기업가 정신이 장려됐다. 지방 및 지자체에 투자 및 경제성장이 일어나도록 인센티브가 창출됐다. 그리고 1990년대 성장한 경제특구를 통해 중국은 세계 경제와 통합되어 간다.

이 같은 개혁의 전반적 취지는 경제의 시장지향성과 외부개방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경제 관리에 있어 확고한 역할을 계속했다. 경제 구조조정과 다각화는 다양한 산업정책을 통해 촉진됐다. 외국인 투자자는 중국 내 기업과 합작 투자하고 현지 원자재 사용을 늘려야 했다. 환율과 금융은 대부분 통제됐다.

이 모든 과정에서, 중국의 리더십은 가이드북을 따르지 않았으며, 그들만의 북소리에 맞춰 결연히 나아갔다. 개혁은 공산당의 가르침을 따른 것도 아니고, 자유시장의 도그마를 따른 것도 아니었다. 고위 정책 입안자들이 따른 한 가지 지배적 원칙이 있었다면, 그것은 '실용주의적 실험주의'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덩샤오핑의 유명한 말처럼,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색깔이 아니고, 쥐를 잡느냐 마느냐에 있었다.

중국의 독특한 경험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논쟁적이다. 서구의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시장경제와 경제 자유화의 혜택을 보여주고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만일 중국이 경제적으로 실패했다면, 나는 이들이 지체 없이 중국 당국의 지속적 간섭을 실패의 원인으로 돌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중국이 국가 주도 모델의 본질적 우수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중가격 정책이나 중국 내 생산물 사용 요구와 같은 정책은 다른 나라에서는 실패했다.

중국은 주류 경제학의 교리를 크게 위반하지 않았다. 복잡한 정치ㆍ경제적 지형에서 주류 경제학을 창조적으로 적용하는 데 있어 모범을 제공했을 정도다. 이중가격 정책은 재정 수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장 유인책을 제공했다. 향진기업은 재산권과 계약 집행에 취약한 체계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했다. 경제특구는 보호받는 국영기업들 사이에서 고용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수출과 외국인 투자를 촉진했다. 요컨대 중국은 경제학 입문 수준의 단순한 추론을 넘는 실용경제의 승리를 대변한다. 여기에는 차선 전략, 시장의 실패, 일반균형론 및 정치경제학이 만연해 있다.

중국 모델에서 가장 큰 실험은 아직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 중국의 경제 전환 내내 공산당의 정치적 우위는 확고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지속적인 경제 발전이 결국 정치 자유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시진핑 주석 아래 중국은 분명 더 권위주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는 정치적 자유가 더욱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는 수억 명의 중국인에게 나쁜 소식이다.

정치 억압은 적어도 두 가지 이유로 경제에도 나쁜 소식이 될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게 되면, 결국 실패 가능성이 있는 정책에 대한 사전 경고 메커니즘을 제공하여,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당국이 경로를 수정하게 할 수 있다. 둘째, 정치적 경쟁은 반대 의견이 유통될 수 있는 제도적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정치적 경쟁이 없다면 반대 의견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민들의 무질서를 야기할 수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피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어떠한 불만이 일어나도 계속 반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사태 파악에 귀를 열어두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주도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안면 인식 및 기타 신기술을 통해 사회 통제를 행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선진 경제와 성장하는 중산층의 요구는 더 큰 정치적 자유와 경쟁을 통해서만 충족될 수 있다는 것이 사회과학자들의 일반적 상식이다. 중국의 정치 엘리트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데,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오늘날 서구에서 조화롭고 통합적인 사회가 아니라 포퓰리즘, 선동주의, 그리고 깊은 분열을 본다. 높은 성장 속에 기술적으로 정교한 경제와 강화된 권위주의를 결합하려는 그들의 시도는 아마 그들에게 가장 야심찬 실험일 것이다.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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