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으로 ‘최저임금에 주휴시간 포함’ 적법성 논란

입력
2018.1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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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ㆍ야권 “입법 사안” 헌법소원 카드도… 정부 “법적 검토 마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경영계와 야권의 반발이 적법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은 대법원이 판례로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시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상황에서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이를 넣는 개정안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왝 더 독(wag the dog)’에 해당한다며 헌법소원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지려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 소정근로시간뿐 아니라 주휴수당ㆍ시간을 모두 넣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주휴시간은 일주일에 정해진 시간을 모두 일한 근로자에게 최대 8시간의 유급휴일을 주는 것으로, 이를 포함한 월 최대 기준 근로시간은 209시간(1주 40시간 근로 시)이 된다.

경영계는 주휴시간을 제외한 174시간만 기준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로 현행 고용부의 행정지침이 실효된 만큼 시행령이 아닌 국회 입법으로 최저임금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앞서 16일 법제처에 제출한 검토의견서에도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은 범죄 구성요건에 직결되는 만큼 시행령이 아니라 국회에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소상공인계는 한층 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헌법소원까지 예고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근로 제공 시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대가’라고 규정한 최저임금법과 시행령이 충돌하는 만큼 위헌법률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야권도 거들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전날 "상위법 개정 논의를 지켜보지 않고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독재의 발상과 다를 바 없고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처리를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국회에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서 주휴시간을 제외하는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에서 시행령을 통해 이를 강행하는 것은 ‘시행령 만능주의’이자 ‘국회 패싱’이라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반면 정부는 이미 법적 검토를 마친 사안으로 시행령으로 산입범위를 정하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최저임금법을 비롯한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대다수가 모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하고 있고, 최저임금법 제5조의2에서 주급과 월급 근로자의 최저임금 비교환산 방식을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례 역시 경영계의 주장처럼 최저임금 위반을 따질 때 지급된 임금 전부를 ‘실제 일한 시간’으로 나눠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면서 “대법원의 판례는 최저임금 환산 시 분모를 ‘월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조문을 글자 그대로 해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시행령을 바꾸면 법원 판례도 바뀐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경영계, 법원의 시각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향후 위헌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시행령을 바꾸더라도 법원이 법을 해석할 떼 시행령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는 만큼 현재로선 결론을 단정할 수 없다“며 “다만 각계의 해석이 다른 상황이니 이번 기회에 최저임금을 명확하고 간명하게 모든 사용자와 근로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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