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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파 “카풀=생존권 위협” 
 온건파 “시대 흐름 놓치면 도태” 
 사업자는 “월급제는 어불성설” 
 법인ㆍ개인 택시간 불화도 이어져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택시업계가 파업을 벌인 20일 오전 서울역 앞 택시 승차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저거 저 혼자만 살려고 저러지! 저런 게 역적 아니고 뭐야?”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3차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 현장으로 향하는 162번 버스 안.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날만큼은 택시 대신 버스에 올라탄 기사 십여 명 중 한 명이 별안간 창문을 열고 바깥을 향해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향한 곳은 손님을 태우고 이동 중이던 또 다른 택시. 전국 택시업계가 이날 전면 파업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운행에 나선 기사를 향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같은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택시회사 대표는 “카카오의 카풀 ICT(정보통신기술)를 택시에 적용한다든가 하는 협력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지 반대하기만 하면 오히려 승객들의 외면만 받게 될 것”이라며 강경 일변도 노선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 진통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택시업계 내에서도 대응수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카풀 서비스 도입은 곧 생존권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강경파가 있는가 하면, 4차 산업 도래와 함께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인 만큼 무조건적인 반대는 도태로 이어질 뿐이라는 온건파도 있기 때문. 이러한 입장 차는 기사들 간의 불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파업과 집회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개인택시 기사 최모(55)씨는 “파업에 동참 안 한다고 하면 기사들 사이에서 ‘왕따’되기 십상”이라며 “먹고 살려다 보니 운행에 나섰지만 기사들이 모이는 곳에 가면 돌 맞을까 당분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개인택시라 그나마 낫지만 아마 회사 택시를 모는 기사들은 눈치가 더 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업 당일 일부 공항에선 택시기사들이 운행 택시에 던지기 위해 계란을 들고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합리적인 타협 지점을 찾아보자는 쪽에서도 그 방안과 수위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카풀 운전자 등록제’ ‘사납금제 폐지ㆍ완전 월급제 도입’ ‘자가용 대신 택시 카풀’ 등 다양한 중재안이 나오고 있지만, 개인택시 기사와 법인택시 기사, 택시 사업자의 이해관계 결이 달라 의견 수렴이 어렵기 때문이다. 200여대의 택시가 소속된 법인을 운영 중인 김모(59)씨는 “사납금이 문제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인건비와 연료비, 보험료를 따지면 회사 운영 자체도 밑지는 장사”라며 “택시의 매출단가가 너무 낮아 발생하는 상황인데 월급제를 대안으로 꺼내 드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손을 저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여당,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카풀-택시 사회적대타협기구’가 이르면 내주 출범할 예정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택시업계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는 동참하겠으나 카풀 앱 금지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4차, 5차 집회도 불사할 것이라는 강경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별기업(카카오)과 택시업계 사이에서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것은 국민의 서비스 수요가 고려되지 않은 일시적인 불만 잠재우기밖에 안 된다”며 “카카오뿐만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신(新)교통 산업을 고려해서라도 법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택시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 한국일보]택시노조에서 기사들에게 파업과 집회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며 "(파업시) 차량 운행으로 인해 생기는 어떠한 불상사에 대해서도 조합에서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보낸 문자. 독자 제공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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