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마가 된 문 정부의 약속들] 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 내년이 더 걱정” 아우성

입력
2018.1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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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ㆍ끝> 최저임금 1만원 

 자영업자 17%가 올해 종업원 해고… 외식업계 “내년 폐점 속출” 전망 

#. 서울 종로구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내년 더 오르는 최저임금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작년보다 16.3% 오른 시간당 7,530원의 최저임금이 올해 적용되면서 이씨는 인건비 부담에 홀서빙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 그는 “내년 최저임금이 10.9% 또 오른다고 하니 이젠 주방 직원을 퇴직시켜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여기서 직원을 더 줄이면 가게 운영이 아예 안 될 거 같아 업종 변경이나 폐점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강북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송모 씨는 최근 갑자기 그만둔 직원을 대신할 사람을 뽑다가 진이 다 빠졌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고자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으려면 직원을 4대 보험에 가입시켜야 하는데, 구직자마다 “월급도 적은데 보험료까지 내야 하냐” “최저생계비를 지원받고 있어 소득이 드러나면 안 된다” 등의 이유로 보험 가입을 모두 거부했기 때문이다. 송씨는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 대부분은 4대 보험 가입을 꺼린다”며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으로 자영업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종업원 줄인 업종별 소상공인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최저임금 인상에 종업원 줄인 업종별 소상공인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이미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충격을 겪은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내년 또 오르는 최저임금이 두렵다고 호소한다. 정부가 내후년부터는 인상 속도를 조절한다고 밝혔지만, 당장 내년을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미 높은 상태다.

25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전국 17개 시ㆍ도 1,204개 소상공인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16.9%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 후 가게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수를 줄였다. 모든 업종에서 종업원 수가 줄었지만 특히 제과점(30%), 편의점(29.4%), PC방(20%) 등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을 주로 고용하는 업체에서 감소 폭이 컸다.

자영업자의 26.4%는 가게 영업시간도 줄였다.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홀서빙 직원을 주로 고용하는 일반음식점의 영업시간 단축비율이 39.3%로 가장 높았다. 음식점의 특성상 종업원을 마냥 줄일 수 없으니 영업시간이라도 줄여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현실을 모른다고 비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자리 안정자금의 조건이다. 자금을 받으려면 종업원이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지원기간도 1년으로 한정돼 있다. 종업원을 정직원으로 채용할 정도로 여유 있는 자영업자는 안정자금 신청률이 그나마 높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종업원이나 업주 모두 보험료 부담 등으로 안정자금 신청을 꺼린다.

서울 구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가입 첫해엔 4대 보험료를 깎아주니 견딜만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며 “고작 1년 간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자고 보험에 가입하려는 자영업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 조사 결과 올해 안정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자영업자는 89.9%나 됐다. 개선점으로는 ‘4대 보험 미가입자의 지원금 수급 허용’(33.1%)이 가장 많이 꼽혔다. 하지만 정부는 “11월까지 206만명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 받아 목표의 87%를 채웠다”고 주장하는 게 현실이다.

올해 종업원과 영업시간을 줄이며 버텼던 자영업자들은 내년 10.9% 오른 최저임금을 또 다시 감당해야 한다. 임금지급 여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의 폐점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은 “20년 전 외환위기,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게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는 게 회원들의 목소리”라며 “내년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폐점하는 업체가 구별로 100개 이상 나올 거라는 게 협의회의 예상”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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