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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 자카르타 인근 인기 휴양지 화산 원인 해저 산사태로 쓰나미 
 올해 2, 3개월 간격 화산ㆍ지진... 경보체제 미비하고 복구도 늦어 
인도네시아 카리타에서 23일 주민들이 전날 밤 발생한 쓰나미에 휩쓸려 처참히 부서진 가옥의 잔해더미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카리타=A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카리타에서 23일 주민들이 하루 전 발생한 쓰나미로 파괴된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22일 밤 일어난 쓰나미로 수 백여명이 목숨을 잃고 20명이 실종됐으며 6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부상했다. 또 430채의 주택과 9동의 호텔이 파손됐다. 카리타=AP 뉴시스

인도네시아의 지진ㆍ쓰나미의 공포가 세밑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 2,000여명 목숨을 앗아간 술라웨시섬 강진 사태 이후 3개월 만에 또다시 쓰나미가 덮치면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의 재해 경보 및 피해복구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해가 잇따르면서 모든 고통을 힘없는 주민들이 감당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연말 자카르타 인근 휴양지 ‘조용히’ 덮친 쓰나미 

이번 쓰나미는 발생 지역과 원인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인도네시아 당국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22일 밤 9시30분께 최고 3.6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한 지역은 수마트라섬과 자바섬 사이의 순다해협 인근 지역이다. 지난 8월과 9월 지진과 쓰나미가 롬복섬과 술라웨시섬에서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인도네시아 전역이 재난 발생 지역이 됐다. 특히 반텐주 판데글랑 등 피해 집중 지역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180㎞밖에 떨어지지 않아 평소 현지인들로부터 각광받는 휴양지였다.

화산학자 제스 피닉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근 화산 폭발에서 분출된 뜨거운 마그마가 해저 지반을 위아래로 밀어내면서 물속에서 산사태가 발생, 파도를 일으켜 쓰나미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쓰나미 사태 직전 순다해협의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이 오후 5시부터 4차례 분화했다. 국제쓰나미경고센터도 이런 쓰나미는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발생 원인은 이전과 달랐지만, 여전히 취약한 현지 사전 경보시스템 때문에 인명ㆍ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지진 활동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덮친 쓰나미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거대한 물살에 수백 채의 가옥과 건물은 폭삭 주저앉았고 차량들은 뒤집힌 채 거리에 나뒹굴었다. 해변에서, 호텔에서 토요일 밤을 즐기던 시민들은 혼비백산하며 달아났지만, 집채만 한 파도를 피하기 어려웠다.

노르웨이 국적의 외위스테인 룬 안데르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쓰나미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크라카타우 화산 분출 사진을 찍던 중 갑자기 15~20m 높이의 파도가 밀려왔다”며 “무조건 호텔로 내달리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반텐주 탄중 르숭 해변에서는 현지 록밴드 ‘세븐틴’ 공연 도중 갑자기 휘몰아친 파도가 무대를 삼키면서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도 영상에 고스란히 찍혔다. 흥겹게 박수를 치던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지만 이 현장에서만 밴드 연주자와 매니저 관람객 등 최소 7명이 숨지고 다수가 실종됐다.

 ◇강진 피해 복구할 틈도 없이 ‘엎친 데 덮친 격’ 

올해 들어 2~3개월 간격으로 화산ㆍ지진 관련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사전 경보 및 구조관련 인프라 부족으로 인도네시아에서는 계속 대규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롬복섬 강진 참사가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지진으로 무너진 주택 재건 비율은 3.2%에 불과한 실정이다. 42만명 이재민은 여전히 텐트나 오두막에서 전염병의 공포를 이겨내며 우기(雨期)를 보내야 했고, 해가 바뀌는데도 원래 집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9월 술라웨시 강진 피해 지역은 지표면이 늪처럼 변하는 지반 액상화 현상으로 통째로 땅에 잠긴 마을이 상당수여서 시신 수습은 물론이고, 당국이 정확한 사망자 집계 조차 포기한 상황이다. 수도 자카르타 등 대도시 이외에 경제개발의 혜택에서 소외된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자연재해는 고통스러운 삶의 일부가 돼버린 것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2018년 인도네시아 주요 지진ㆍ피해상황=그래픽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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