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 참변] 펜션 보일러 급기관, 벌집에 막혀 있었다

입력
2018.12.23 17:29
수정
2018.12.24 13: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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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연소 일어나 일산화탄소 다량 발생

느슨한 연통 틈새로 가스 새 중독 가능성”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사고가 일어난 지 엿새째인 23일 오후 경찰이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스보일러 배기가스 누출과 관련해 부실시공, 부실 점검, 관리 소홀 등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사고가 일어난 지 엿새째인 23일 오후 경찰이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스보일러 배기가스 누출과 관련해 부실시공, 부실 점검, 관리 소홀 등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명의 서울 대성고생 사상자를 낸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 201호 보일러 급기관(외부 공기를 보일러로 유입시키는 장치·사진)의 일부가 벌집에 막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원활하지 못한 산소유입으로 불완전연소가 일어났고 내열실리콘 등으로 마감하지 않은 보일러 배기구 연통 사이에서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온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찰은 펜션에서 수거한 보일러 본체에 연결한 두 개의 배관 가운에 왼쪽으로 설치된 급기관의 3분의 1가량이 벌집으로 막힌 것을 정밀감식 과정에서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16㎜인 급기관 입구를 통해 벌이 들어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일부에선 벌집이 외부공기 유입 공간을 막으면서 산소결핍에 따른 불완전연소와 내부 압력이 증가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강릉시내 보일러 시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배관이 막히면 불완전연소로 일산화탄소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내부 압력이 올라가 진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럴 경우 본체와 연통 이음새를 내열 실리콘과 금속링 등으로 단단히 마무리하지 않으면 자칫 틈새가 벌어져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급기관을 막은 벌집이 사고를 부른 원인인지 아직 단언할 수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급기구 내 습도와 시공상태 등 다방면에서 비정상적으로 일산화탄소가 유출된 원인을 찾고 있다.

경찰은 주말에도 건축주와 펜션 업주, 시공업체,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보일러 연통이 왜, 언제부터 벌어졌는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또 2014년 당시 문제의 보일러가 무자격자에 의해 시공됐지만 가스안전공사가 해당 건축물에 적합 판정을 내린 점을 집중 추궁했다.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을 보면 가스안전공사는 완성검사 시 용기와 배관, 보일러에 대해 모두 확인을 거쳐야 한다.

한편 이번 사고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던 학생 가운데 1명은 이날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써 현재 서울 아산병원 입원 환자 4명 가운데 3명이 중환자실을 벗어났다. 의료진은 “지난 20일 일반병실로 온 2명이 보행과 음식 섭취가 가능해 조만간 퇴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환자실에 남은 1명도 자극에 대한 반응이 명확해지고 움직임도 활발해져 조만간 깨어날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저체온 치료 등을 받고 있는 2명의 학생은 현재 자가 호흡과 외부 신체 자극에 반응할 정도로 회복됐지만 퇴원까지는 한 달 가량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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