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트럼프, 터키에 ‘IS 소탕’ 요청후 시리아 철군 시작”

입력
2018.12.22 09:05
수정
2018.12.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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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철수 결정에 시리아 군사작전 연기…마냥 기다리진 않아” 

 르몽드 "트럼프, 에르도안 압박에 항복"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안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안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시리아 대테러전을 요청한 후 철군을 결정했다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밝혔다. 시리아 미군 철수가 두 정상 간 ‘합의’ 또는 ‘거래’의 결과라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에드로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전화 통화를 하며 시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소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곳(시리아)에서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칭)를 제거해 줄 수 있소?'라고 나한테 물었다”면서 “우리는 IS를 소탕한 경험이 있고, 이후에도 미국이 병참 지원을 해준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그리고 나서 그들(미국)이 철수를 시작했나? 그렇다”고 말해, 두 정상의 대화가 미군 철수 결정 배경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시리아 철군 결정에 따라 시리아 북부에서 군사작전에 나서기 전에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달 12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며칠 안에’ 시리아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쿠르드 민병대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전개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물론 이것은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는 말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몇달 안에 시리아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YPG)대와 다에시 제거를 목표로 하는 작전 형태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은 군사작전 연기 결정과 관련, 국영 방송과 인터뷰에서 “아군끼리 공격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시리아 철군이 트럼프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 사이 모종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뜻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맞아떨어진다.

레바논의 친(親)러시아 성향 시리아 전문가 니달 사비는, 터키가 시리아 IS를 상대해 주는 대가로 미국은 시리아에서 철수해 터키의 YPG 토벌에 장애가 되지 않겠다는 거래가 두 정상 사이에 성사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주장한 시리아 철군을 관철할 수 있게 됐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 세력을 와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이날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도 미국의 시리아 철군 결정이 두 정상 간 전화 통화 며칠 후 나왔다는 점을 상기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라고 논평했다. 르몽드는 “미국 대통령이 터키 일인자의 압력에 항복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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