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미래다] “공유주방 활용하면 큰 부담없이 강남에 음식점 낼 수 있죠”

입력
2018.12.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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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플키친 임태윤 대표 인터뷰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가 서울 역삼동 심플키친 1호점에서 공유주방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가 서울 역삼동 심플키친 1호점에서 공유주방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상가 임대료가 비싸기로 소문난 서울 역삼동. 누군가 33㎡(약 10평) 규모 음식점을 이곳에 열려면 가게 보증금에 주방설비 구입 비용까지 최소 6,0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까지 감안하면 점포 개설 비용은 최소 1억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때문에 음식점을 차리고 싶어도 자금이 넉넉지 못한 사람들은 상권이 크게 발달하지 못한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전 산업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공유경제 개념을 활용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이곳에 가게를 열 수 있다. 한 공간에 주방 여러 개를 나눠 설치한 뒤, 고정 이용료를 받고 주방을 빌려 주는 ‘공유주방’ 사업 모델이 최근 외식 시장에서 주목 받는 이유다.

공유주방 사업모델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한 사람은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에서 증권사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전부인 25세 젊은 청년이다.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는 “영국에서 혼자 음식을 만들어 먹다가 음식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비싼 임대료 때문에 원하는 곳에 가게를 차리지 못하는 창업 희망자들이 한국에 많다는 얘기를 듣고 공유주방 사업 모델을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사실 주방기기와 설비가 갖춰진 조리 공간을 제공하고, 이용료를 받는 서비스를 임 대표가 처음 생각해 낸 것은 아니다. 임 대표가 시장 조사를 해보니 중국, 유럽에서는 이미 이런 서비스가 도입돼 실행되고 있었다. 방향은 조금 다르지만 미국에서는 한 사람이 한 공간에서 주방을 나눠 운영해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사업도 하고 있었다.

임 대표는 “음식 배달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공유주방 사업 모델이 성장하기 좋은 구조”라며 “배달전문 공유주방을 차리면 예비 창업자들의 호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유학할 때 모아뒀던 돈과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역삼동에 심플키친 1호점을 지난 5월 무작정 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심플키친에 입점하겠다는 사람은 초반에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공유주방이라는 개념이 낯설어서인지 사업 초기 입점업체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공유경제에 익숙한 젊은 층 사이에서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5개월 만에 입점업체를 모두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심플키친은 서울 송파와 화곡에 2, 3호점 개점도 준비 중이다. 큰 비용 없이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에 예비 창업주들이 100명 이상 한꺼번에 몰리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점포수를 늘리는 것이다. 사업 성장 전망이 밝자 벤처투자업계에서도 투자를 제의했고 현재는 그 자금을 바탕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임 대표가 설명하는 심플키친의 최대 장점은 초기 창업비용은 물론, 음식점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고정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심플키친 1호점은 보증금 900만원에 월 이용료 160만원만 내면 주방을 사용할 수 있다.

그는 “입점업체는 배달업체 등록, 마케팅, 회계업무 등의 서비스도 지원받기 때문에 사장님들은 음식 만드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며 “역삼점의 경우 한 달 1,5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점포도 5군데나 된다”고 말했다.

다만 심플키친 입점 업체들이 모두 성공만 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 입점 업체 중 3곳은 음식이 잘 팔리지 않다 보니 몇 달 만에 주방을 비우고 장사를 접었다. 임 대표는 “창업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시장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고 무작정 가게를 열었다가는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현재 2, 3호점 입점 업체를 선정하고 있는데 메뉴 선정 등에 있어 업체 사장님들과 충분한 면담을 하고, 시장조사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공유주방 사업 모델의 전망은 밝다. 앞으로 생기는 음식점이 ‘열의 아홉’은 배달음식점이 될 것이고, 그 배달음식점의 절반 이상은 공유주방을 사용할 거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때문에 그는 향후 2, 3년 내 국내에 공유주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사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임 대표는 “초기 창업비용이 낮고 마케팅 등을 공동으로 펼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점을 포기할 음식점 사장님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독립적인 주방을 운영하는 점포만의 장점도 분명히 있겠지만, 비용 측면에서 본다면 대세는 이미 공유주방 쪽으로 기울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 성장 전망이 밝은 만큼 그의 향후 출점 계획도 거창하다. 내년에는 최소 10개의 심플키친 매장을 서울에 열고 향후 3년 내 전국에 100개 점포를 낸다는 방침이다.

그는 “경쟁사의 추격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100개 점포 개설 목표도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며 “향후 공유 미용실 등 공유경제 개념을 적용한 더 다양한 사업을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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