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경영학] 애플워치ㆍ갤럭시기어보다 피트니스 기능에 초점… 스마트 밴드로 승부

입력
2018.12.22 1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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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경영학/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전연호 팀장
원포인트경영학/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전연호 팀장

지난 2015년 9월 핏비트(Fitbit)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박(James Park)이 필자가 근무하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를 방문한 적이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핏비트를 진두지휘하는 30대의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강연 일정이 공개된 뒤 국내 예비창업자나 정보기술(IT) 분야 종사자들의 방청 문의가 쇄도했고, 강연 당일에는 미신청자를 포함해 무려 250여명이 몰렸다. 강연장인 디캠프 건물 6층 다목적홀은 물론 출입문 밖 연결통로까지 꽉 들어찼을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강연에서 제임스 박은 “핏비트의 성공은 스마트워치(Smart Watch)가 아닌, 오히려 피트니스 기능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웨어러블 기기 경쟁제품인 애플워치(애플)와 갤럭시기어(삼성)도 심장박동 수 측정이나 수면 상태 등을 안내하는 건강 관리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핏비트는 이미 1,000만명이 넘는 적극적 사용자로부터 1,500억 시간에 달하는 심장박동 수 등 세계 최대 건강 관리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핏비트가 애플과 삼성처럼 스마트폰의 확장인 스마트워치로 승부했다면 과연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핏비트는 마케팅에서도 영리했다. 애플과 삼성은 시장이 포화된 스마트폰을 벗어나 스마트워치 시장을, 핏비트는 개인의 피트니스 라이프스타일을 기록할 수 있는 스마트 밴드(Smart Band) 시장을 개척했다. 주요 타깃 소비자가 겹칠 수는 있지만 엄연히 다른 시장이다. 또 아이폰 사용자는 애플워치, 갤럭시 사용자는 갤럭시기어를 써야 하지만, 핏비트는 이들 운영체제와 모두 호환이 되기 때문에 두 회사와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아도 됐다.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애플워치 뿐만 아니라 갤럭시기어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피트니스 기능과 건강 기능을 추가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게다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갑’으로 불리는 중국 샤오미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웨어러블기기 시장을 개척해 온 핏비트도 독보적인 입지가 흔들리게 되자 고민 끝에 스마트워치인 아이오닉(Ionic)과 버사(Versa)를 잇따라 선보이며 대응했다.

사실 세상에 완벽한 전략이란 없다. 세계적인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도 “펀치를 한 대 맞기 전에는 누구에게나 전략이 있다”고 했다. 기존 전략이 통하지 않을 때 과감하게 포기하고 재빠르게 다음 전략을 찾는 핏비트의 기민함(agility)을 다른 스타트업도 배워야 한다. 애플이 이미 선점한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도전자 입장이 된 핏비트가 다음엔 어떤 전략으로 경쟁해나갈지 궁금하다.

전연호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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