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씨 사망에 깊은 애도” 고개 숙인 장관들

입력
2018.12.17 15:35
수정
2018.12.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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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업무 2인1조 근무 의무화, 태안발전소에 ‘특별 산업안전 보건감독’ 하기로 

지난 13일 사고현장 조사에서 확보된 고 김용균씨의 유품들. 사비로 산 손전등과 건전지, 부족한 식사 시간 탓에 늘 끼고 살던 라면과 과자, 김 씨의 작업복 등이 포함됐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지난 13일 사고현장 조사에서 확보된 고 김용균씨의 유품들. 사비로 산 손전등과 건전지, 부족한 식사 시간 탓에 늘 끼고 살던 라면과 과자, 김 씨의 작업복 등이 포함됐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지난 11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점검 중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한 고(故) 김용균씨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특별 산업안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지금껏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사고 원인을 전부 따져보고 원ㆍ하청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으로 위험 업무는 2인1조 근무를 의무화 하고 발전소별로 노ㆍ사, 원ㆍ하청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안전 개선 과제 이행을 점검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는 17일 두 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관련 관계부처 합동대책’을 내놨다.

두 부처 장관은 일단 고개부터 숙였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김용균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 여러분께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이재갑 고용부 장관), “고 김용균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충실히 마련하고 철저히 이행하겠다”(성윤모 산자부 장관)고 했다.

정부 대책은 크게 진상 조사와 제도 개선으로 나뉜다.

진상 조사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11일 사고가 발생한 현장과 사고 관련자를 철저히 조사해 사고 원인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책임자는 엄중 조치해 안전관리에 대한 사업주의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사고 조사와 별도로 태안발전소에 대해서는 사업장 전반에 대한 고강도 ‘특별 산업안전 보건감독’을 실시해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책임자 처벌과 위반 사항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태안화력발전소를 보유한 한국서부발전에 대해서는 안전보건공단 본부 주관으로 ‘안전보건 종합진단’을 시스템 분야와 기술 분야로 나눠 실시할 예정이다. 또 태안발전소와 작업방식과 설비가 비슷한 석탄화력발전소 12곳 전체에 대해 고용부 주관으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해 원청의 하청근로자에 대한 안전의무 이행 실태와 정비ㆍ보수 작업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집중 확인키로 했다.

아울러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그간의 산재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석탄화력발전소의 원ㆍ하청 실태를 들여다 보는 ‘특별 산업안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 노ㆍ사와 유가족 등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위원회에 참여하게 된다.

제도 개선 분야에서 정부는 △석탄운반 컨베이어 등 위험 설비 점검시 2인1조 근무를 시행 △낙탄(바닥에 떨어진 석탄) 제거 등 위험한 설비와 인접한 작업은 설비가 정지한 상태에서 시행 △경력 6개월 미만 직원은 현장 단독 작업 금지 △개인안전장구 착용 여부 점검 △컨베이어벨트의 비상정지 스위치(풀 코드)의 작동상태 일제 점검 등을 약속했다. 입사 3개월에 불과했던 김씨가 2인1조로 해야 할 업무를 혼자 하도록 내몰려 가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협착돼 사고가 난 점을 감안한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현장 인력이 부족해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현재 인력 운용 규모가 적절한지 전면 검토하겠다” “협력업체 신입 직원에 대해 발전사가 책임지고 교육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협력업체 근로자가 제기한 현장 개선 과제는 발전사(원청)가 즉시 반영토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서부발전은 컨베이어벨트를 포함한 설비 개선 요구를 28차례나 하청업체로부터 받고도 묵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개선 과제가 공수표에 그치지 않도록 발전사, 협력사, 근로자, 시민단체,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발전소별로 구성해 현장 개선과제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아울러 발전사 경영평가에 안전 분야 비중을 늘리고, 발전소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는 하청업체 근무지라 해도 발전사가 평가 받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도급(하청) 사업에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지난달 1일 국회에 제출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도 국회에 당부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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