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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에 나선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이 버스를 타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전 일정을 대중교통과 렌터카로 이동했다. 이숙애 교육위원장 제공

지방의원들이 해외연수 과정을 주민에게 직접 중계하는 건 어떨까. 지방의회 해외연수의 관광성 외유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개인적으로 떠올렸던 대안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하면 안 될게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이었다. “달라지겠다”는 의원들의 약속이 말 잔치로 그친 사례를 수 없이 보아왔기에.

그런데 이번엔 진짜 뭔가 달랐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의 덴마크·독일 국외연수(9월 27일~10월 6일) 얘기다. 이들은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시간까지 세세한 일정과 활동 상황을 SNS를 통해 주민과 공유했다. 현지 인사들과 나눈 대화부터 어디서 잤는지, 뭘 먹었는지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죄다 공개했다.

한마디로 ‘관행 깨뜨리기’의 연속이었다. 먼저 의원들은 사전 회의를 거쳐 연수목적과 과제를 명확히 정리했다. 충북교육 현안인 행복씨앗학교와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정책적 대안을 찾기로 뜻을 모았다. 자료 준비를 위해 도교육청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관련 정책 추진상황을 청취했다. 연수 목적이 분명해지자 행선지는 자연스럽게 해당 시책 선진지인 덴마크와 독일로 정해졌다.

연수 일정도 의원들 스스로 짰다. 여행사를 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인과 해외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교육기관·단체 방문 일정을 직접 협의했다.

현지에서 이동할 때는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이나 렌터카를 이용했다. 독일에선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해간 의원이 직접 렌터카를 몰아 닷새간 1,500㎞나 이동했다.

숙박은 민박을 주로 이용했다. 덴마크에서는 100년 넘은 민박집에 묵었는데, 연수 취지에 공감한 민박집 주인이 다음날 현지 학교와 과학관 안내를 자청하기도 했다. 의원들은 시장을 봐서 아침·저녁밥을 직접 지어 먹기도 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새벽 4시에 일어나 눌은밥을 끓여먹고 하루 1만5,000보 이상 걸은 날도 있다.

현지에 사는 한국인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교육과 비교하는 시간도 가졌다. 밤엔 숙소 거실에 모여 그날의 기관 탐방과 체험 소감을 나누며 공부하는 시간을 이어갔다. 이런 전 과정을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수일기 형식으로 주민에게 전한 것이다.

귀국 후 의원들은 연수보고서 작성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달 보름 후인 지난달 23일 시민단체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보고회를 가졌다. 70여 쪽에 달하는 보고서엔 연수 내용과 의원 개개인의 소감을 소상히 담았다. 애초 연수 목적이었던 행복교육과 민주시민교육 강화를 위한 정책적 제안도 내놨다.

지역에선 적잖은 반향이 일고 있다. 최근 유럽 연수에 나선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의원들도 그날그날 SNS를 통해 일정과 활동 내용을 공개했다. 다른 시군 의회에서는 도의회 해외연수를 벤치마킹하는 붐이 일고 있다. 충북도 교육청은 연수보고서 정책 제안에 따라 내년부터 토론수업 등 민주시민교육을 본격화기로 했다.

현지 민박집에서 기관방문 일정을 논의하고 있는 의원들. 민박집 주인은 다음날 학교방문 안내자로 나섰다. 이숙애 교육위원장 제공

지방의원 해외연수는 늘 ‘뜨거운 감자’였다. ‘공무국외 활동’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면서도 공무와 무관하게 ‘놀자판’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끊임없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외유 논란이 일 때마다 지방의회는 제도적 보완을 외쳤지만, 여전히 ‘일단 가고 보자’식의 외유성 행태는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일각에서 나오는 ‘지방의회 해외연수 무용론’엔 찬성하기 어렵다. 해외연수의 순기능이 훨씬 크다고 생각해서다. 지방의원은 혼자다. 보좌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예산심사, 행정사무조사, 조례 제·개정 권한을 행사한다. 그 만큼 지방의회에선 의원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다. 해외연수를 제대로 활용하면 지방의원의 능력과 시야를 키울 수 있고, 그 열매는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새로운 변화를 보여준 충북도의회 해외연수를 주목하고 응원하는 이유다.

한덕동 대전본부 부장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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