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김밥 사러 무단 외출한 학생에 기숙사 2주 퇴사 조치는 과도”

입력
2018.12.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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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게티이미지뱅크
학교. 게티이미지뱅크

국가인권위원회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기 소재 A고등학교가 사전 허가 없이 외출한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2주 단기 퇴사 조치를 내리는 규정을 과도한 제재로 판단, 학교장에게 관련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16일 인권위에 따르면 A고 3학년에 재학 중인 B학생은 올 8월, 자기주도학습시간인 오후 6시에 김밥을 사기 위해 학교 허락을 받지 않고 외출했다가 단속에 걸려 4주간 장기퇴사 처분을 받았다.

학교 규정에 따르면 무단 외출의 경우, 2주 기숙사 퇴사 처분이 내려지는데, B학생은 지난해 이미 2주 퇴사 처분을 받은 적이 있어 4주 퇴사가 결정된 것이다. B학생이 학교까지 왕복 2시간이 소요되는 자택에서 한 달간 통학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B학생 어머니는 “개별 사정이나 무단 외출 사유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장기 퇴사 조치를 시키는 것은 과도하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인권위 조사에서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해 학교가 학생들의 학업과 생활 전반에 대해 책임지고 있고 학부모들도 이러한 관리를 신뢰해 입학시키는 것”이라며 “무단 외출을 할 경우 학교 밖에서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엄중히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위반의 구체적 행태에 따라 단기 퇴사 조치나 학부모 호출, 반성문 제출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충분히 선도가 가능한 상황에서 일률적인 2주간 퇴사 조치 규정은 과도하다”며 “이는 헌법이 보호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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