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영토분쟁] 주민 4명뿐인 외딴섬… 모리셔스와 프랑스 사이 소유권이 왔다 갔다

입력
2018.12.21 17:00
수정
2018.12.21 18:50
20면

<23> 트로믈랭 섬

인도양 마다가스카 인근에 위치한 트로믈랭 섬. 구글이미지 캡처
인도양 마다가스카 인근에 위치한 트로믈랭 섬. 구글이미지 캡처

독일 작가 유디트 샬란스키의 책 ‘머나먼 섬들의 지도’에 따르면 현재 인도양 외딴섬 트로믈랭에는 4명의 주민만이 거주하고 있다. 야자수 몇 그루와 모래톱이 전부인 이 섬은 사실 사람보다 바다 새의 서식지에 가깝다. 그래서 분쟁과도 어울리지 않지만, 1968년 이후 모리셔스는 프랑스령인 트로믈랭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섬의 소유가 프랑스에서 모리셔스로, 1954년 다시 프랑스로 강대국의 힘겨루기에 의해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버린 탓이다.

애초 이름 없는 무인도였던 트로믈랭 섬은 1776년 이 섬을 찾은 프랑스 군함의 함장 베르나드 부댕 드 트로믈랭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1761년 마다가스카에서 모리셔스로 노예를 싣고 항해하던 배가 난파하자, 생존자들은 마다가스카에서 약 450km 떨어진 이 섬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7년 전쟁에 여력이 없던 프랑스 정부는 ‘영국군의 위협이 있다’는 이유로 15년이 지난 뒤에야 트로믈랭에 배를 보냈고, 그때 비로소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후 프랑스 지배 하에 있던 트로믈랭 섬은 제국주의 열강의 정책으로 두 차례나 주인이 바뀌었다. 19세기에는 인도와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영국 영향력이 커지면서 영국 식민지이던 모리셔스에 속하게 됐고, 1954년 영국과 프랑스 간 합의에서는 다시 프랑스 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 과정은 모리셔스가 배제된 양국 간의 일방적인 거래였기 때문에, 1968년 모리셔스가 영국에서 독립하면서부터 트로믈랭의 영유권이 프랑스에 귀속되는 것을 두고 반발이 일었다.

유엔은 모리셔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군함에 의해 발견된 섬인 데다가, 영국이 프랑스에 대한 이전을 분명하게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 섬은 프랑스가 직접 통치하지는 않으나, 해외 영토로 인정되는 프랑스령 남부와 남극지역(TAAF)에 속해 있다. 이에 대해 모리셔스는 과거 트로믈랭에 대한 지배 이력과 190만㎢에 이르는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섬이 포함된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주권을 주장하지만 사실상 국제사회에서 귀 기울여 듣는 이는 없다.

프랑스는 2004년부터 관리자를 파견해 트로믈랭 섬을 살피고 있다. 기상관측소를 건설해 인도양의 저기압을 분석하고, 동시에 섬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함이다. 또 모리셔스 이외에 세이셸도 지리적 근접성을 이유로 분쟁에 뛰어들고 있는 데 대한 선제적 대응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국제사회에 잘 알려지지도, 그다지 시끄럽지도 않은 트로믈랭이지만, 언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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