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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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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 아니고 두 개의 가을, 한 번이 아니고 한 개의 여름, 그리고 여덟 개의 아침이라고 부르는 나는 누구일까요? 두 마리의 토끼와 한 그루의 미루나무를 만나 마음껏 부풀어 올랐던 나는 무엇일까요? 비밀과 아름다움에 비춰보느라 무서웠고 황홀했던 나는 누구일까요? 지혜로운 돌이 ‘시작합시다’라는 말을 걸었다고 믿는 나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나는 진심으로 지혜로운 한 마리의 곰이 되고 싶었던 존재. 시작합시다! 이 침묵의 언어가 드디어 떠납시다, 진정으로 다시 떠납시다와 같은 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존재. 지혜의 말을 알아듣게 된 순간 우주로 날아가는 케익꽃이 되었다가 부서져내린 제로.
나는 이제 나를 만날 수 없습니다. 나는 지나온 것들과 함께 지나갔으니까요. 가을을 여름을 아침을 지나온 나는 겨울 그리고 밤 쪽으로 가고 있을 거라고 짐작을 할 뿐이지요. 그런데 어둑해지는 깊은 산 속. 펑펑 내리는 눈 사이로 언뜻 보이는 형체. 한 개의 거울을 새빨간 열매처럼 바라보고 있는 형체. 지혜로운 곰입니까?
지혜까지는 모르겠고 곰을 지나온 곰입니다. 제로, 비로소 시작합시다! 침묵의 언어로 말 거는 곰입니다.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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