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도 오솔길ㆍ향일암 붉은노을… 낭만버스에서 여수 밤바다 덤이죠

입력
2018.12.14 04:40
수정
2018.12.14 07:28
15면
전남 여수 엑스포역 앞에서 출발하는 낭만버스 1코스 이용객들이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전남 여수 엑스포역 앞에서 출발하는 낭만버스 1코스 이용객들이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한려해상ㆍ다도해 풍광 한눈에 

첫 눈발이 날린 8일 오전 전남 여수엑스포역. 여수시티투어 1코스 낭만버스 출발시간이 되자 여행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추운 날씨에도 자리를 꽉 메운 낭만버스는 해설가의 하루 일정 소개가 끝나자 10분 만에 오동도에 도착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화려한 빛깔의 춤추는 음악분수대가 여행객을 맞이했지만 동절기라 분수는 보이지 않았다. 분수대를 지나 맨발공원과 시누대 터널, 등대를 거쳐 전망대에 오르자 기암절벽의 해안경치와 푸른 남해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멋진 풍광을 만끽한 여행객들은 동백나무와 오동나무, 후박나무로 둘러싸인 오솔길을 따라 분수대로 내려오자마자 포토존에서 기념사진 찍기에 바빴다. 조현구 문화관광해설사는 “최근 여수가 밤바다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오동도는 여수시민과 외지인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 받고 있는 곳이다”고 강조했다.

1시간가량 오동도 관람을 마치고 낭만버스는 이순신장군 유적지 중 한 곳인 진남관으로 향했다. 진남관(국보 제304호)은 현존하는 단층 목조건물로서는 국내 가장 큰 규모다.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과 삼도수군통제영으로 사용됐고 거북선을 처음 건조했던 장소다. 통제문 옆에는 이순신장군이 왜구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세운 석인(石人)이 있으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미해지긴 했지만 도포자락까지 표현된 석공의 섬세함을 확인할 수 있다. 진남관은 현재 복원공사로 인해 관람할 수 없어 아쉬움이 있었다. 진남관의 웅장한 모습은 공사가 끝나는 2020년쯤 볼 수 있다. 개축과정은 한 달에 두 번 개방할 때 신청하면 가능하다. 여행객들은 진남관 대신 부속건물인 임란유물전시관에서 관람을 대신했다.

전남 여수 밤바다를 즐길 수 있는 종포해양공원.
전남 여수 밤바다를 즐길 수 있는 종포해양공원.

진남관에서 시내방향으로 3분 가량 걸어 내려오면 이순신광장 인근에는 좌수영음식특화거리가 형성돼 있다. 이곳은 어느 식당을 찾아가도 여수 향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막걸리식초로 버무린 서대회무침부터 간장게장, 장어탕, 아구찜, 백반까지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어진 여정은 도심에서 버스로 20분 떨어진 해양수산과학관이다. 이곳에는 바다 밑 생물들의 모든 것들이 잘 정리돼 시선을 끈다. 손으로 직접 물고기를 잡아볼 수 있는 체험장이 있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바로 옆에는 몽돌해변이 있으며 내치도, 외치도, 혈도, 죽도 등 남해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해양수산과학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해 이날은 코스에서 빠진다.

노곤함이 밀려오는 시간에도 전국 최고의 일출 명소 향일암을 보러 가는 길은 아름다운 경관 때문에 눈을 감을 수 없다. 향일암 입구에 들어서자 돌산 갓김치를 시식 할 수 있는 가게들이 즐비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자연석 그대로의 일주문인 석문과 비좁은 통로를 지나면 향일암이 나온다. 조 해설사는 “원효대사의 신비를 간직하고 바다를 바라보는 풍광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고 소개했다. 여행객들은 다도해 비경에 감탄을 자아냈다. 행운이 따르면 노을을 감상할 수 있으며 고개를 돌리면 바로 앞 연리지의 사랑스러운 형태의 동백나무가 마주한다. 연인들은 이 순간을 남기기 위해 연달아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1시간30분가량 향일암을 둘러본 낭만버스는 마지막 코스인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한 수산시장과 수산물특화시장은 신선함을 자랑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활어와 건어물, 돌산갓김치까지 여수의 특산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경기 부천시에서 남편과 함께 여행을 왔다는 박영희(64)씨는 “여수를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지만 오랜만에 하루를 알차게 보낸 느낌이었다”며 “시간 낭비 없이 가보고 싶은 곳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1코스는 미항 여수를 가까이에서 편안하게 만나는 일정으로 여수 대표 관광코스가 포함돼 가장 선호하는 코스다. 매일 오전 10시30분 엑스포역 정문 건너편에서 출발하며 관광을 마치고 다시 엑스포역으로 돌아오는데 총 7시간20분가량 걸린다. 요금은 일반 9,000원, 초ㆍ중ㆍ고생 4,500원이며 매월 둘째 주 월요일은 쉰다.

여수낭만버스 노선도. 송정근 기자
여수낭만버스 노선도. 송정근 기자

 

 ◇여자만 해넘이와 섬달천 갯벌체험 

 

2코스는 지난 3일부터 노선을 변경해 새롭게 운행하고 있다. 변경 전 주요 경유지는 향일암, 이순신광장, 흥국사 등으로 1코스와 중복되면서 노선을 바꿨다. 오전 10시30분 여수시청을 출발해 웅천친수공원, 이충무공 어머니 사시던 곳(자당기거지), 진남시장, 가사리생태공원, 섬달천 포토존, 사곡마을을 경유해 오후 5시40분쯤 여수시청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새 노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웅천친수공원은 인공해수욕장과 캠핑장이 있다. 해변 바로 옆은 해양레포츠를 무료체험 할 수 있고 주변에 전시ㆍ공연 공간 예울마루와 맞은편에 예술섬으로 조성하는 장도가 있다. 자당기거지는 임진왜란 당시 1593년부터 1597년 사이 약 5년간 이충무공의 어머니와 아내 방씨 등 가족들이 살았던 곳이다. 세족식과 효 편지쓰기 체험을 통해 이충무공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다음 장소인 진남시장은 여천지역의 재래시장으로 특산물 구입과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점심식사와 쇼핑시간을 보낸다. 가사리생태공원은 바다와 하천이 만나는 지역으로 넓은 습지가 펼쳐져 있고 고즈넉한 어촌마을과 드넓은 갯벌 쪽빛 바다에 떠있는 다도해 섬들을 감상할 수 있다. 갈대밭으로 조망데크가 조성돼 해넘이 시간에는 환상적인 경치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려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광활한 갯벌이 있는 섬달천은 예전엔 섬이었지만 1977년 다리가 놓여 육지와 연결돼 있다. 섬달천 연륙교부터 화양면 관기리까지 4㎞의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청정해역 여자만 갯벌을 볼 수 있다. 여자만의 해넘이는 여수밤바다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수 돌산공원에서 내려다본 밤바다 명소 종포해양공원.
여수 돌산공원에서 내려다본 밤바다 명소 종포해양공원.

 ◇밤바다ㆍ버스킹 동시 만끽 인기절정 

야경을 즐기고 탑승한 뮤지션들의 다양한 버스킹을 감상하는 ‘여수낭만버스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는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다. 4월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한시적으로 운영했으며 총 55회 운행해 탑승률 100%를 기록하며 반응이 좋았다. 여행객 2,335명이 탑승했으며 지난해 첫 운행 후 인기를 끌며 여수만의 독특한 관광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기존 시티투어에 공연, 버스킹, 이벤트 등을 접목해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인기 요인이다. 새롭게 뮤지컬을 도입하고 버스킹 공연 장르도 확대해 큰 호응을 얻었다. 메인이벤트인 ‘사랑의 세레나데’도 인기였다. 여수시관광문화 홈페이지를 통해 사연신청을 받은 결과 76건이 접수됐다. 프러포즈, 결혼기념일, 생일축하 등 사연은 실제 이벤트로 이어져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낭만엽서 보내기, 한입먹거리 이벤트도 소소한 즐거움을 더해 만족도를 높였다. 여수시는 내년에 더 높은 수준의 공연과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총 7개 코스 운행 관광지 할인혜택 

 

여수시티투어는 2005년 향일암 코스를 시작으로 2011년 역사유적코스, 엑스포가 열린 2012년 야경코스 노선을 신설하는 등 현재 7개 코스를 운행하고 있다. 1ㆍ2코스, ‘여수낭만버스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 토요유적코스, 야경코스, 2층버스(주간순환, 야간일반, 야간테마) 등이다. 버스를 타면 여수시내 주요 관광지를 구석구석 볼 수 있다는 매력에 여행객들의 예약이 늘고 있다. 지난해 이용객은 5만1,000여명. 올해는 지난달까지 5만명을 이미 넘었고, 연말까지 집계하면 지난해 이용객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관광지는 할인혜택이 있어 여행을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다. 2층버스 탑승권을 보여주면 해상케이블카, 테디베어뮤지움, 미남크루즈, 빅오쇼, 스카이플라이, 해양레일바이크, 이사부크루즈, 아쿠아플라넷 등 관광지 입장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양채열 여수시 홍보팀장은 “여수의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는 다양한 노선이 있어 여행객들에게 만족도가 높다”며 “한 번 방문한 관광객이 다시 찾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콘텐츠 개발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수=글ㆍ사진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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