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메이 총리, 불신임 면했다… 브렉시트는 여전히 험로

입력
2018.12.13 07:36
수정
2018.12.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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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불신임 투표에서 승리한 후 관저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불만을 품은 영국 보수당 강경 브렉시트파의 반발로 불신임 투표에 몰렸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보수당 하원의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당내 불신임 투표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차기 총선에서 총리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등 정치적인 출혈을 감수하고 얻어낸 것인데다, 브렉시트 합의안을 둘러싼 진통도 변함없이 메이 총리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 총리는 이날 보수당 하원의원 200명의 지지를 얻어 보수당 대표와 총리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불신임을 지지한 의원은 117명이었다. 메이 총리는 결과가 발표된 후 관저 앞에서 “지지해 준 동료에게 감사하다”라며 “이 투표 이후 영국인을 위해 브렉시트를 이행하고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핵심 강경파인 유럽연구그룹(ERG) 외에도 상당수가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메이 총리는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지지를 추구하는 입장이 됐다. 메이 총리의 ‘설익은’ 합의안이 차기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기류 때문에 한때 이번 불신임안의 통과 가능성도 전망됐으나, 메이 총리가 투표에 앞서 브렉시트가 완료된 후 2022년으로 예정된 차기 총선 이전에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보수당 의원들을 설득했다.

일단 메이 총리는 당내 강경파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합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투표에서 생존한 직후 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뤼셀로 향해 브렉시트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 된 ‘백스톱(영국의 임시적 관세 동맹 잔류)’ 문제의 조정에 나섰다. 보수당 내 강경파와 연정 파트너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합의안에 포함된 ‘백스톱’이 사실상 EU 관세동맹 내 영구 잔류라며 수정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EU 쪽에서 새 합의를 얻어내는 것도 메이 총리에게는 난관이다. EU의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과 아일랜드의 리오 버라드커 총리 등이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다만 융커 위원장이 “합의안의 영국 의회 통과에는 조력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추가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BC방송은 ‘백스톱’이 어디까지나 한시적 조치라는 점을 양측이 확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 3월로 시점이 확정된 브렉시트를 앞두고 보수당 내분이 해결되지 않아 ‘노 딜(합의 없는) 브렉시트’ 위험이 증폭될 경우 야권에서 불신임안이나 2차 국민투표를 제기할 여지도 남아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오늘 투표는 아무 것도 바꾸지 않았다. 총리는 다수 지지를 잃었다”라며 “메이 총리가 실패한 브렉시트 합의안 투표를 다음주에 재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자유민주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 등은 EU 잔류와 현재 탈퇴 합의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두 번째 국민투표 추진을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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