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모락 온천에 온몸이 사르르, 반짝반짝 빛축제에 마음도 따듯

입력
2018.12.14 09:00
수정
2018.12.14 21:24

[박준규의 기차여행ㆍ버스여행]남도해양열차 S트레인 타고 보성 여행

빛축제가 열리는 보성차밭 은하수터널.
빛축제가 열리는 보성차밭 은하수터널.

벌써 12월, 시린 몸 녹이고 헛헛한 마음 채워줄 온천과 불빛이 있는 곳이면 좋겠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여행으로 S트레인(남도해양열차)을 타고 떠나는 보성차밭과 율포해수온천을 소개한다.

◇남도해양열차 S트레인은?

거북선을 형상화한 남도해양열차 S트레인.
거북선을 형상화한 남도해양열차 S트레인.

2013년 9월 12일 개통한 S트레인은 서울역을 출발해 경부선~호남선~전라선을 경유, 여수엑스포역에 도착하는 노선과 부산역을 출발해 경전선을 달려 보성역에 도착하는 2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부산 출발 S트레인은 영남과 호남을 하나로 연결하는 길이다. 오전 8시25분 부산역을 출발해 11시51분 보성역에 도착하는데, 현재는 안전을 위해 정기 점검 중이며 12월 22일부터 운행한다(매주 월ㆍ화요일은 쉰다).

S트레인은 거북선을 형상화한 기관차가 끌고 바람결에 보자기가 펼쳐지는 모습으로 디자인한 객차가 뒤따른다. 남도의 쪽빛바다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열차 내부는 오순도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족석과 푹신한 소파 느낌의 커플룸이 있다. 추억의 만화방과 골목길을 재현한 카페실은 기차 여행의 심심함을 해소해 줄 S트레인의 명소다. 특히, 무료 교복체험은 인기 만점, 어디서 찍든 인생사진을 보장한다.

S트레인 카페실은 ‘추억의 거리’로 꾸몄다.
S트레인 카페실은 ‘추억의 거리’로 꾸몄다.
어떻게 찍어도 인생사진, S트레인 카페실은 심심할 틈이 없다.
어떻게 찍어도 인생사진, S트레인 카페실은 심심할 틈이 없다.

운임이 싼 무궁화호 열차도 있는데 굳이 S트레인을 타야 할까? 부전역~보성역 무궁화호 요금은 1만5,800원인데 비해 S트레인은 약 2배인 2만7,500원으로 훨씬 비싸다. 문제는 시간, 일반 열차는 오전 6시14분에 부전역을 출발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서둘러야 할 뿐만 아니라, 완행열차라 4시간30분이나 걸린다. S트레인은 부산역을 오전 8시25분에 출발해 보성역까지 1시간 정도 단축된 3시간30분이 걸린다. 여기에 가족석과 커플룸의 편안함, 추억의 만화방과 골목길 포토존으로 충분히 보상된다. 4명이 함께 가족석을 이용하면 최대 20%까지 할인 받을 수도 있다.

◇한 겨울에도 녹음 가득 보성차밭(대한다업 제1다원)

보성역에 내려 농어촌버스를 타고 15분 만에 보성차밭에 도착했다. 시작은 삼나무 숲길, 고개를 완전히 젖혀야 보인다는 키다리 나무다. 햇빛을 가릴 정도로 촘촘해 살짝 추위가 느껴지다가도 100여개의 계단을 오를 때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중앙전망대에 서자 TV와 영화에서 보았던 비경이 펼쳐진다. 녹색의 등고선이 길게 이어진 계단밭 풍경에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중앙전망대에서 바라본 보성차밭.
중앙전망대에서 바라본 보성차밭.
한겨울에도 푸르름이 가득하다.
한겨울에도 푸르름이 가득하다.
차밭 산책이 끝나면 따뜻한 차 한잔으로 몸을 녹인다.
차밭 산책이 끝나면 따뜻한 차 한잔으로 몸을 녹인다.

조금 더 발품을 팔아 바다전망대에 오르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남해가 보이고, 드라마 ‘여름향기’, 영화 ‘선물’, 통신사 광고의 배경인 ‘수녀와 비구승’ 촬영지도 구경한다. 특히 중앙전망대 옆 포토존은 무조건 작품이 탄생하는 인생샷 명소이니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다. 차밭 산책이 끝나면 녹차를 마실 차례. 녹차는 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4월 10~20일), 세작(4월 21~30일), 중작(5월 1~15일), 대작(5월 15일 이후)으로 나뉜다. 찻잎을 따서 반 건조한 녹차는 첫 맛은 쓰지만 뒷맛은 개운하다. 보성차밭 입장료는 어른 기준 4.000원이다.

◇마음까지 따뜻한 보성차밭 빛축제

겨울에 보성을 가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차문화공원(보성차밭 옆)에서 열리는 ‘보성차밭 빛축제’ 때문이다. 마법을 부리 듯 차밭이 밤마다 환상의 세계로 변신한다. 입구의 차밭파사드가 물결치듯 변화하며 혼을 빼놓는다. 빛 산책로는 어디든 포토존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소리청, 디지털차나무와 한국차박물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더욱 좋다. 지난해엔 무지개처럼 시시각각 색상이 변하는 은하수터널이 인기였는데, 올해는 1만 송이 LED 꽃이 환상의 겨울왕국으로 이끈다. 매일 흰 눈이 내리는 듯한 풍경에 설렘은 기본, 감동 보장이다.

보성차밭 빛축제는 14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열리며, 오후 6~10시 불을 밝힌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 3,000원이다.

보성차밭 빛축제. 소리청 뒤편 차밭에 빛 물결이 일렁인다.
보성차밭 빛축제. 소리청 뒤편 차밭에 빛 물결이 일렁인다.
환상적인 보성차밭 빛 산책로.
환상적인 보성차밭 빛 산책로.
보성차밭 빛축제 은하수터널.
보성차밭 빛축제 은하수터널.

◇풍경과 건강, 일석이조 율포해수녹차센터

율포해수녹차센터는 남도 최고의 온천으로 통한다. 기존의 율포해수녹차사우나는 지하 120m에서 끌어올린 해수와 찻잎을 우려낸 녹수를 더한 단순한 온천이었다. 올 8월 개장한 율포해수녹차센터는 1층에 커피숍과 특산품판매점, 2층에 넓은 해수녹차탕, 3층에 아쿠아토닉풀, 테라피룸, 야외노천탕을 갖춘 종합휴양시설이다.

올해 개장한 율포해수녹차센터 녹차탕.
올해 개장한 율포해수녹차센터 녹차탕.

키즈플레이방에는 작은 놀이터와 게임기가 마련되어 있다. 공짜라 서로 하려고 경쟁이 치열하다. 테라피룸은 황토방, 황옥방, 아이스방, 스톤테라피 시설을 갖췄다. 노천탕은 유아탕, 족욕탕, 야외냉탕, 야외온탕, 아쿠아토닉풀로 구성돼 있다. 노천탕에선 율포해변을 조망하는 것은 물론 일출도 볼 수 있다.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온기에 피로가 사르르 녹는다.

율포해수녹차센터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며, 요금은 목욕 7,000원, 테라피(노천탕) 체험 6,000원, 찜질겸용 수영복을 포함한 목욕+테라피는 1만원이다.

율포해수녹차센터 노천탕.
율포해수녹차센터 노천탕.
율포해수녹차센터에서 바라본 일출.
율포해수녹차센터에서 바라본 일출.

◇S트레인 정차역 주변 가볼 만한 곳

벌교역에 내리면 꼬막 요리를 맛보고, 조정래 태백산맥문학관과 소설 배경지도 둘러보자. 득량역 주변은 전체가 1980년대 추억의 거리다. 최종 목적지 보성에서 숙박할 계획이면 자연과 호흡하는 제암산자연휴양림(061-852-4434)을 추천한다.

박준규 기차여행 전문가 sak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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