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조끼’ 10만여명 주말 거리 점거… 결국 대국민 연설 나선 마크롱 佛 대통령

입력
2018.12.10 17:43
수정
2018.12.10 20: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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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시위에 10억유로 손실

9일 프랑스 파리 시내 벽에 누군가가 '마크롱을 감옥으로 보내라'라는 문구를 스프레이로 써 놓았다. 파리=EPA 연합뉴스
9일 프랑스 파리 시내 벽에 누군가가 '마크롱을 감옥으로 보내라'라는 문구를 스프레이로 써 놓았다. 파리=EPA 연합뉴스
8일 파리 시내에서 시위대가 방화한 차량이 불타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8일 파리 시내에서 시위대가 방화한 차량이 불타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 철회 방침에도 지난 8일에도 프랑스 전역에서 10만명 이상이 참여한 반정부 ‘노란 조끼’ 시위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 위기를 우려하며 사태 수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지난달 17일 노란 조끼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초의 공식 언급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간 11일 오전 4시)에 직접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뮤리엘 페리코 플아스 노동부 장관은 “대통령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즉각적인 구체적인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마크롱 대통령은 각계 인사를 만나 민심 수습을 위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5일 프랑스 정부가 유류세 인상을 철회하며 한 발 물러섰음에도 시위가 누그러지지 않은 데에서 나온 것이다. BBC에 따르면 지난 1일 시위대 규모가 13만6,000명이었는데, 정부 발표 이후인 8일에도 13만6,000명을 기록하며 여전히 10만명이 이상이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 부시장은 “8일에는 시위대가 분산되면서 더 많은 지역이 타격을 입었다. 부상자는 지난주 시위 때보다 줄었지만 피해 규모는 더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위대는 부유세 부활, 최저임금 인상 등과 함께 마크롱 대통령 퇴진까지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대는 ‘불통 리더십’을 지적하며 마크롱 대통령이 그동안 서민이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을 펼쳐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시위에 참가한 장 피에르 뮈니에르(68)는 “마크롱은 모든 프랑스 국민이 아니라 부자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게 된 건은 폭력시위 장기화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을 종합하면 프랑스 관광산업은 시위가 폭력성을 띠기 시작하면서 에펠탑과 파리 시내 백화점이 폐점하는 등 위기 상태다. 영국 BBC는 “파리에서만 약 50대의 차량이 불에 타고, 상점 수십 곳의 기물이 파손됐다. 시위로 인한 직접 손해가 수백만 파운드에 달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17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프랑스의 소매업자들이 10억유로(약 1조2,900억원) 상당의 손실을 봤다는 보도도 나온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9일 약탈 등으로 피해를 본 파리 생라자르역 인근 상점을 둘러보며 “시위로 인한 불안은 우리 경제에 재앙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이날 올해 4분기 프랑스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4%에서 0.2%로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국민 담화 이후 시위가 어떤 양상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시위를 주도하는 인물 중 지도자로 꼽히는 티에리 폴 발레트는 AP통신에 “대통령은 시위대의 분노를 가라앉힐 조치를 발표해야 한다. 협상을 하자고 말하는 것은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부유세를 부활시킨다고 하더라도 시위대의 절반은 거리에 남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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