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소송기록 전체 공개해야” 검찰 “수사중이라 안돼”

입력
2018.12.10 18:43
수정
2018.12.10 19:3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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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임종헌 첫 재판 신경전… 법원은 “검찰, 열람 등사 협조하라”

임종헌(왼쪽)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종헌(왼쪽)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법농단 의혹 사건 연루자 중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구속기소 후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에 증거 등 소송기록 전체를 내놓으라는 등 절차 문제를 제기하며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기를 거부해 치열한 법정다툼을 예고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소송기록은 진술조서 등을 연계해 전체적으로 봐야 의미가 있는데, 검찰은 40%밖에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것만으론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우니 기록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상 공판준비기일에는 사건 쟁점을 정리하고,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만 임 전 차장 측은 기록을 제대로 보지 못해 이를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검찰이 피고인과 변호인을 존중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줬으면 한다”고 쏘아붙였다.

시작부터 날을 세운 변호인 측 자세에 검찰도 물러서지 않았다. 검찰은 “현재 공소장에 언급되지 않은 여죄 및 피고인의 상ㆍ하급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증거기록을 모두 제출하면 수사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체 기록의 열람ㆍ등사를 제한한 건 형사소송법에 따른 것”이라며 “절차적 위법성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형소법 제59조의2는 ‘소송기록의 공개로 인해 공범관계에 있는 자 등의 증거인멸 또는 도주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 소송기록 전부 또는 일부의 열람ㆍ등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에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는 19일전까지 전체 열람ㆍ등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임 전 차장 측 손을 들어줬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또 “검찰의 공소장은 ‘일본주의(一本主義)’를 위반했다”며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찰이 소를 제기할 때 재판부가 선입견을 갖기 않도록 공소장 외 기타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해선 안 된 다는 원칙이다.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장에는 법원이 예단을 갖게 할 수 있는 검찰의 판단과 의견,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 없는 사항들이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에 “이 사건은 수년에 걸쳐 여러 동기와 배경, 목적에 의해 행정처 내부에서 은밀히 이뤄진 범행”이라며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위해선 해당 범행마다 동기와 배경을 기재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 측이 절차 문제를 부각시킨 것에 대해 법무법인 위민의 김남근 변호사는 “변호인 측이 검찰의 기소가 잘못됐다는 점 등을 강조해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보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하고, 법관사찰, 대법원 비자금 조성 등 30여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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