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핫&쿨] 내년 5월 새 일왕 즉위… 첫 국민 선물은 ‘10일 연휴’

입력
2018.12.10 16:00
수정
2018.12.10 20: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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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위크 겹쳐 사상 최장 휴가… 해외여행 예약 건수 3배로 껑충

내년 4월말~5월초 열흘 간 연휴가 확정되면서 일본 여행업계들이 유럽 등 장기 해외여행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JTB 홈페이지 캡처
내년 4월말~5월초 열흘 간 연휴가 확정되면서 일본 여행업계들이 유럽 등 장기 해외여행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JTB 홈페이지 캡처

새 일왕이 즉위와 함께 일본 국민에게 열흘의 휴가를 선물했다. 즉위일이 ‘골든위크’와 맞물려 사상 최장 열흘 연휴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일본 여행업계가 반색하고 나섰지만, 장기 연휴에 따른 병원, 우체국 등의 휴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입 감소 등 서민들의 생활에는 오히려 주름이 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 참의원은 지난 8일 본회의에서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새 일왕으로 즉위하는 내년 5월 1일과 공식 즉위식이 열리는 10월 22일을 휴일로 정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일본에선 쇼와(소和)의 날, 헌법기념일, 녹색의 날, 어린이날 등이 몰려 있는 4월 말과 5월 초 기간을 ‘골든위크’로 부르고 있다. 여기에 공휴일 사이에 낀 평일을 휴일로 지정하는 축일(祝日)법 조항까지 감안하면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열흘이 공식 휴일이 된다. 이는 일본 역사상 가장 긴 연휴다.

이에 따라 중산층을 중심으로 해외여행 상담 창구가 벌써 붐비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5월 1일 공휴일 지정 추진 방침이 알려진 이후 해외여행 상품에 대한 예약이 쇄도하고 있다. 내년 골든위크 기간 해외여행 예약 건수가 평년보다 3배 정도 증가했고, 유럽여행 상품은 평년 대비 5배 급증했다. 대형 여행업체인 JTB는 지난 6월부터 가이드가 동행하는 유럽투어 상품을 전년 대비 50% 늘려 판매하고 있고 벌써 매진된 상품도 등장했다. 전례 없는 긴 연휴를 이용해 한국, 대만 등 가까운 나라보다 유럽 등 장거리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일본 국내 여행업계는 해외여행 선호에 따라 ‘기대 반 우려 반’인 상황이다. 오사카(大阪)의 유명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USJ) 측은 “전례 없는 열흘 간 연휴라서 관람객 수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업계에선 전향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을 낀 3~4일 연휴였던 평년보다 혼잡이 감소할 수 있고, 긴 연휴로 전체 관람객 수는 증가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에서다.

이와 관련, 5월 초는 한국에선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 중국은 노동절 연휴가 있어 일본을 찾는 한국,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하슬기 한국관광공사 도쿄(東京)지사 과장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일본 내수산업이 관광수요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도쿄, 오사카 등에선 소규모 자영업자를 제외하곤 연휴에도 계속 영업할 것으로 보여 큰 불편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긴 연휴에 따른 수술 일정과 응급환자에 대한 대처 등 의료 서비스는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후생노동성과 각 지역 의료단체들은 함께 대책 마련을 검토하기로 했다. 우정사업청도 이용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연휴 중 일부 기간에 한해 우편물 배달과 창구 업무를 긍정 검토하고 있다. 시급이나 일당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에선 열흘 간 업무를 쉬면 월 소득이 3분의1이나 감소하는 만큼 “열흘 간 연휴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하소연도 들리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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