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24시]日, 출입국관리법 개정이 일손 부족 해결책 될까

입력
2018.12.09 15: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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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새벽 일본 참의원 법무위원회에서 요코하마 신이치(앞줄 가운데) 위원장이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출입국 관리ㆍ난민 인정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하는 발언을 야당 의원들이 막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지난 8일 새벽 일본 참의원 법무위원회에서 요코하마 신이치(앞줄 가운데) 위원장이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출입국 관리ㆍ난민 인정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하는 발언을 야당 의원들이 막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한국 국회에서 일부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2019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8일 새벽, 일본 국회에서도 야당의 반발 속에 외국인 노동자 수용을 대폭 확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사실상 이민을 허용하는 법안이라는 야당의 반대에도 집권여당인 자민당은 인구감소에 따른 인력난 해소를 위해 출입국 관리ㆍ난민 인정법 개정안을 공명당과 일본유신회 등의 찬성을 얻어 참의원에서 강행 처리했다.

개정된 법안의 주요 내용은 특정기능 1ㆍ2호라는 새로운 체류자격을 신설, 인력 부족 업종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5년간 최대 34만5,000여명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특정기능 1호는 농업, 간병 등 14개 업종에서 일정 수준의 일본어 능력이 있으면 5년간 체류를 허용한다. 특정기능 2호는 조선, 건설 등 5개 업종에서 숙련된 기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되면 장기 체류와 가족 동반 입국을 허용, 사실상 영주를 인정했다.

일본 정부는 그 동안 전문 기술을 가진 노동자를 대상으로 자국 내 취업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번에 단순 노동자에게도 빗장을 풀면서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참의원에 앞서 중의원에서의 법안 심의시간이 15시간 45분에 불과해 야당으로부터 졸속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아베 정부를 지지하는 보수층에서조차 “일본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런 비판에도 일본 정부가 강행 처리한 이유는 인구 감소 추세 속 점점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는 노동시장 탓이다. 일본에선 주택가 편의점은 물론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외국인 점원들이 손님을 응대하거나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들은 한국의 산업연수생 제도와 유사한 기능실습생으로 일본에 들어온 사람들과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외국인들이다. 2015년 기준 히로시마(廣島)현에선 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비율은 6명 중 1명꼴이고, 이바라키(茨城)현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비율은 21명 중 1명꼴이었다. 또 지난해 기준 외국인 노동자는 약 127만명으로 일본 내 노동력의 1.9%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5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외국인 기능실습생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지난해 실종(작업장 이탈) 기능실습생은 7,089명으로 2016년 대비 40%나 증가했다. 실종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데는 불법 잔업과 임금 체불, 최저임금 보다 낮은 급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다 특정기능 2호 자격 획득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번 개정안이 일손 부족을 해결하는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단순히 경제적인 목적에서 값싼 외국인 노동력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기능실습생 제도의 확대 법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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