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개혁ㆍ검경수사권 조정 차질 우려… 조국은 버릴 수 없는 카드

입력
2018.12.08 1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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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카톡방담] 文대통령의 재신임 왜 

 

 靑 기강 해이ㆍ특감반 비위 의혹 등 지휘관리 책임 분명해 보이지만 

 PKㆍ운동권ㆍ법조인 ‘文의 분신’… 내부서 “이의 제기 어렵다” 목소리 

청와대 직원 기강해이 및 조국 거취 논란 일지=강준구 기자
청와대 직원 기강해이 및 조국 거취 논란 일지=강준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비위 사건과 관련, 조국 민정수석에게 “청와대 안팎의 공직기강 확립을 강화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야권의 해임 요구를 받고 있는 조 수석에게 사태수습 임무를 맡김으로써 재신임 메시지를 확실히 보낸 것이다. 여권에선 야당이 조 수석 해임까지 요구하는 것은 이번 사건을 정쟁화해 대통령과 정권에 타격을 입힘으로써 개혁을 좌절시키려는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사건의 실체와는 별개로 정무적 판단상 조 수석을 교체할 경우 초래될 사법개혁, 검찰개혁 등 여러 개혁과제의 차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야당들은 “민심 역주행”, “문 대통령의 청개구리 오기 정치”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여권 일각에서도 장기적으로 정권차원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 수석에 대한 정치권 반응을 놓고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조 수석은 부패를 감시해야할 산하조직에서 비위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지휘관리 책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사건 초동단계에서 진상을 공개하지 않은 채 국민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는데 그럴만한 명분이나 사정이 있었던 건가요.

가끔 혼술(혼술)=청와대는 비위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관련 사실이 밝혀져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침 대통령과 청와대 주요 참모진들도 주요20개국(G20) 순방을 위해 해외에 있던 시점이죠. 관련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등 초대형 외교안보 이벤트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던 저간의 사정들이 있었던 셈이죠. 하지만 김모 수사관을 검찰에 복귀시킨 시점은 11월 14일, 관련 보도가 나온 시점은 11월 29일 즈음이죠. 또 다른 특감반원까지 부적절한 골프접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후 특감반 전원을 교체하기도 했는데요. 언론 보도가 없었더라도 청와대가 강하게 대응했겠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지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 앞으로 조국 민정수석이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 앞으로 조국 민정수석이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불나방=조 수석은 이전에도 계속되는 인사검증 실패와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 문제로 야당의 비판을 받아왔죠.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신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인 신뢰인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이 누구보다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평가입니다. 특히 민정수석은 검찰 등 법조계에 대한 개혁 의지와 함께 강력한 조직 장악력이 필수적이라고 본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조 수석이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분신)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합니다.

혼술=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특별대우’ 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죠. 문 대통령이 연일 ‘유능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유독 공직기강 해이 책임론, 인사책임론이 제기되는 조 수석에게는 예외를적용하는 모습입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조 수석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반응마저 나옵니다. 조 수석은 문 대통령이 2011년 정계 입문했을 때부터 열렬한 지지를 보냈고, 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사퇴 요구에 몰리자 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하며 수습을 돕기도 했죠. 부산ㆍ경남(PK), 운동권, 법조인이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불나방=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 수석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는데 이내 다른 의원들의 지지 발언이 쏟아지면서 묻혔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는 건가요.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조 의원의 질타는 그가 박근혜 정부 당시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경력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이었죠. 공직에 대한 책임을 지는 문제는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적절하다는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니었고요. 하지만 조 의원의 쓴소리가 나온 뒤 여당에선 조국 지지발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발언 직후 쏟아진 릴레이 옹호로 조 의원이 사실상 당내에서 뭇매를 맞은 모양새가 됐죠. 민주당 의원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야당 공세가 거세지는 와중에 조 의원이 성급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더군요.

2015년 9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조국 당 혁신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015년 9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조국 당 혁신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1세기소년백서(백서)=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공들여 영입한 인사가 문재인 청와대의 상징인 조 수석을 비판하는 모양새가 됐죠. 이재정 대변인의 사과 논평도 한몫을 했습니다. 자칫 당이 조 수석을 비판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당 의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조국 엄호에 나섰습니다. 이후 당내 일부에서는 대응이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합니다.

사이다 말고 탄산수=조 의원의 페북글이 올라온 다음 날 민주당 의원 총회가 있었는데요. 이날 이해찬 대표가 조 의원을 방으로 따로 불러 타일렀다는 소문이 국회를 한 차례 휩쓸기도 했습니다. 조 의원은 소문을 부정하면서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요.

불나방=조국 감싸기에 여당 지도부가 앞다퉈 나선 것은 그가 진영내 차기 주자로서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와 무관치 않아 보이는데요. 조 수석이 촛불정부 수립에 기여한 것은 무엇인가요.

탐구생활=민주당 의원 전원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서는 조 수석이나 조 의원의 발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해요. 그런데도 약속이나 한 듯 지지 발언이 줄줄이 나온 걸 보면 당내에 ‘조국 경질론=대통령 흔들기’라는 이심전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조 수석이 워낙 사법개혁의 상징적 인물이기도 하고요. 문 대통령이 핵심과제로 삼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본 듯합니다. 차기 자원을 지킨다는 의미보다는 조 수석 경질에 따른 사법개혁의 동력 약화, 여론 악화 등 역풍 가능성을 걱정했다고 봅니다. 다만 “조국은 촛불정권 상징”이란 안민석 의원 발언에 대해선 상당수 의원들이 고개를 흔들더군요.

지난 4ㆍ27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날,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경기 고양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회담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 4ㆍ27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날,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경기 고양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회담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백서=여권에선 조 수석이 대선캠프에서 활동하며 당선을 도운 건 맞지만, 개국공신 그룹으로 분류하지는 않는 듯 합니다. 다만 조 수석은 임종석 비서실장과 탁현민 행정관과 함께 문재인 청와대의 상징으로 꼽힙니다.

불나방=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등 잇따른 추문이 공직기강의 상징인 청와대에서 줄줄이 이어졌죠. 야당에선 임종석 비서실장 책임론도 제기됐는데 정치권 반응은 어떤가요.

당나귀=민주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청와대 기강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데는 소극적입니다. 연초 청와대 개편까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잘했든 못했든 임 실장이 청와대를 나올 때가 다가오고 있는데, 굳이 척을 질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입니다.

탐구생활=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와 불만 수위가 상당해진 게 사실이에요. 범 진보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조 수석의 경질을 요구하는 분위기인데다 내부기강을 확립하는 차원에서라도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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