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핫&쿨] 미투 직격탄 맞은 미국체조협회, 배상금 줄이려 ‘꼼수’ 파산 보호 신청 의혹

입력
2018.12.06 17:45
수정
2018.12.06 19:0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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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나사르 성폭력 파문... 1억弗 규모 소송 걸려

Figure 1래리 나사르가 지난해 11월 미시간주 랜싱에 있는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랜싱=AP 연합뉴스
Figure 1래리 나사르가 지난해 11월 미시간주 랜싱에 있는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랜싱=AP 연합뉴스

‘미투’ 파문에 휘말린 미국체조협회가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체조 국가대표팀 주치의였던 래리 나사르의 성폭력을 방치하고 은폐한 의혹으로 관련 소송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 줘야 할 처지에 몰리자 파산 보호 절차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에 따르면 미국체조협회는 이날 본부가 있는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법원에 연방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캐스린 카슨 미국체조협회 회장은 로이터통신에 “우리 조직은 재정적으로 단단한 조직이지만 현재 수백 건의 소송에 걸린 상황”이라며 “파산 보호 신청 절차를 통해 제기된 주장들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외부 후원과 자체 수입으로 탄탄한 재정 상황을 자랑해 온 미국체조협회는 2016년 나사르에 대한 성폭력 폭로가 나오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나사르는 미국 체조 대표팀과 미시간주립대 체조팀의 주치의로 일하며 수십 년 동안 300명이 넘는 선수를 상습적으로 성추행,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최장 175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은 미국체조협회가 나사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을뿐더러, 범행을 알고도 은폐를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WSJ은 “협회가 책임져야 할 비용은 5,000만~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협회 총자산과 맞먹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협회의 파산 보호 신청의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폭력 피해자 측 변호인인 존 매인리는 “피해자들이 제기한 모든 소송과 미 올림픽위원회의 미국체조협회 자격 박탈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카슨 회장은 이와 관련, “미 올림픽위원회가 시간을 두고 협회 자격 박탈 건을 재고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미 올림픽위원회는 지난달 체조협회가 조직문화를 바꾸고 회원들에게 봉사하는데 실패했다며 자격을 박탈하는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배상금을 최대한 줄여볼 요량으로 파산 보호를 신청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WSJ은 “사제들의 성추행 사태에 휘말렸던 20개가 넘는 미국 가톨릭교구와 수도회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들은 파산 보호 신청을 통해 피해자들과 배상금 문제를 협상하려 했다”며 “당시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이 4,000명이 넘었다”고 보도했다.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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