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신드롬… 세대통합 이끈 퀸의 힘!

입력
2018.12.06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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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50은 젊은 시절 낭만, 2030은 스토리텔링에 몰입 

 관객 600만 돌파… ‘퀸 고향’ 영국 흥행 추월 초읽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이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 이 공연의 실제 실황을 담은 특별 방송은 심야시간임에도 시청률 5.4%를 기록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이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 이 공연의 실제 실황을 담은 특별 방송은 심야시간임에도 시청률 5.4%를 기록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꺄악! 프레디 머큐리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특별 상영회가 열린 지난달 24일 서울 삼성동 한 멀티플렉스 극장 안이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환호성으로 들끓었다. 흰색 민소매 티셔츠 차림에 선글라스와 콧수염까지 장착한 ‘프레디 머큐리’ 5인이 상영관 앞에서 하이파이브로 관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기념사진 촬영 요청이 쇄도했다. 5인의 프레디 머큐리는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에서 마이크를 들고 무대 앞으로 뛰어나가 “위 아 더 챔피언”을 열창하며 관객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날 깜짝 이벤트를 벌인 주인공은 열혈 관객 조강성(30ㆍ트레이너)씨와 친구들. 조씨는 “나이 들면서 주변 시선을 신경 쓰게 됐는데 이번에 권위와 체면 다 집어 던지고 마음껏 즐겼다”며 “‘보헤미안 랩소디’와 퀸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줬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조씨처럼 ‘보헤미안 랩소디’와 퀸의 음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관객의 후기가 넘쳐 흐른다. “‘퀸뽕’을 맞았다(퀸에 중독됐다는 의미)”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관객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관람, 영상ㆍ음향 특화관 순례 관람 등도 ‘보헤미안 랩소디’가 낳은 신풍경이다. 재관람 비율은 8.1%(CGV리서치센터)로 평균(3.2%)을 크게 웃돈다. 덕분에 ‘보헤미안 랩소디’는 4일 기준 관객수 627만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기록하며 국내 개봉 음악영화 흥행 1위에 올라섰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거둔 흥행 수익은 약 4,892만달러. 북미를 제외하고 세계 2위다. 배급사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퀸의 고향’ 영국의 매출액(5,065만달러ㆍ박스오피스 모조 지난달 25일 기준)을 뛰어넘는 것도 시간문제라 보고 있다.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사망 27주기였던 지난달 24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특별 상영회에 참석한 ‘프레디 머큐리 5인’. 열혈 관객 조강성(맨 왼쪽)씨와 친구들은 “영화와 음악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코스프레를 했다”며 “퀸 덕분에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메가박스 제공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사망 27주기였던 지난달 24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특별 상영회에 참석한 ‘프레디 머큐리 5인’. 열혈 관객 조강성(맨 왼쪽)씨와 친구들은 “영화와 음악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코스프레를 했다”며 “퀸 덕분에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메가박스 제공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은 이제 사회 현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영화 개봉 전 인지도 조사를 한 결과, ‘보헤미안 랩소디가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퀸’이라고 답한 비율은 1%, ‘노래 제목’이라는 답변은 9%에 불과했다. 심지어 ‘프레디 머큐리’라는 답변은 0%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대가 퀸을 사랑한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연령별 관객 비중은 20대 32.5%, 30대 25.9%, 40대 24.4%, 50대 이상 13.6%로 고르게 분포된다. 부모와 함께 극장을 찾는 청소년도 눈에 종종 띤다. 복고풍 콘텐츠인 줄 알았던 ‘보헤미안 랩소디’가 의도치 않게 세대간 교감과 세대 통합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음악이다. 퀸의 음악을 들으며 청년기를 보낸 40~50대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며 젊은 시절의 낭만과 향수를 소환하고, 20~30대는 광고 음악과 응원가 등으로 부지불식간에 줄기차게 들으며 귀에 친숙했던 퀸을 새롭게 발견한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그동안 퀸의 음악이 대중문화 안에서 끊임없이 환기돼 온 덕분에 젊은 세대도 비교적 신속하게 열풍에 가담할 수 있었고 이제는 열풍을 주도하게 됐다”며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동시에 열풍에 가세하면서 폭발력이 배가됐고 사회적 현상으로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퀸은 록만 고집하지 않고 디스코, 발라드,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하면서 대중친화적인 음악을 했다”며 “대중과 교감하는 화려한 퍼포먼스도 관객 취향과 맞아떨어졌다”고 평했다.

특히 20~30대 관객은 영화의 스토리텔링에도 깊이 몰입한다. 이민자에 성소수자였던 프레디 머큐리의 드라마 같은 삶, “부적응자를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를 자처했던 퀸에게 자신의 퍽퍽한 현실을 투영하고 위로 받는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퀸처럼 세상에 자신을 던져 꿈을 이루고 싶지만 힘겨운 현실에 좌절을 겪는 젊은 세대가 마이너 중에서도 마이너인 프레디 머큐리의 삶에 정서적으로 이입하는 듯하다”며 “영화의 메시지가 ‘위 아 더 챔피언’ 같은 음악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더 큰 호소력과 공감대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유니버설 뮤직은 영화 개봉 전 OST 앨범을 500장 가량 준비했으나 한 달 사이에 무려 2만장이 판매됐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유니버설 뮤직은 영화 개봉 전 OST 앨범을 500장 가량 준비했으나 한 달 사이에 무려 2만장이 판매됐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보헤미안 랩소디’는 음악 시장과 방송도 뒤흔들고 있다. 멜론 지니 등 6개 음원 사이트에서 음원 소비량을 집계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달 셋째 주 퀸의 음원 사용량은 약 900만건에 달했다. 앞서 한 주 전 150만 관객을 돌파할 때 기록한 300만건보다 3배 뛴 수치다. OST 음반은 2만장이 팔려나갔다. MBC가 2일 긴급 편성해 33년 만에 재방송한 ‘라이브 에이드 공연 실황’은 심야 시간임에도 시청률 5.4%(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퀸의 무대에선 분당 최고 시청률 6.7%까지 치솟았다. 방송을 기획한 남태정 MBC 라디오국 부장은 “아이돌이 대중 음악을 지배할 때 ‘나는 가수다’가 등장해 음악 본연의 힘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듯, 그동안 음악적 갈증을 느끼던 사람들이 퀸의 음악을 재발견하면서 감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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