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발생 백석 열수송관 사고 “막을 수 있었다”

입력
2018.12.05 11:09
수정
2018.12.06 15:28
4일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 매몰된 차량 안을 구조대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 매몰된 차량 안을 구조대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고양시 백석 열수송관 파열 사고지점에 도로가 주저 앉는 싱크홀(Sink hole)이 발생했었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관리 소홀로 인한 인재(人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관을 받치고 있던 흙이 물에 쓸려 내려가면서 구멍이 생겼는데, 그 위로 차량이 지나가자 충격을 받은 관이 터졌다는 것이다.

앞서 4일 오후 8시43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 도로에 매설돼 있던 지름 850㎜짜리 열수공관이 파열됐다. 100도에 달하는 물이 인도로 넘쳐 흘렀고 수증기 기둥이 치솟아 3, 4층 높이는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사고로 손모(68)씨가 숨지고 2명이 중화상을 입는 등 20여명이 다쳤다.

이 사고에 대해 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센터장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막을 수도 있지 않았나 아쉬움이 있다”고 말하면서 사고 예방에서 미흡했던 3가지를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싱크홀이 발생했던 지점에서 사고가 난 것에 주목했다. 그는 “싱크홀이 발생하면 그 부분을 받치던 흙이 나가버려 위에서 하중이 오면 (관이) 잘라질 수 있다”면서 “징후가 있었으면 신고를 받아서 조사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묻은 지 27년이나 되는 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조 센터장은 “10년 이상이면 정밀하게 검사를 해서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청소를 하면서 점검을 하는데 (사고가 난 것은 점검이) 안 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현행 표준설계규정의 문제점도 조 센터장은 지적했다. 규정상 1m50㎝ 두께의 흙을 관 위에 덮는데 위에서 오는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2m 정도는 돼야 한다. 충격을 막아주는 효과는 굉장한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고양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는 수송관의 용접 부분이 오래돼 녹슬었고, 압력을 견디지 못해 파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가 끝난 후 발표할 예정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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