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김정은에게 관건적 해 될 2019년

입력
2018.12.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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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 선거가 없는 해이다. 그 다음해인 2020년 4월 한국에서는 총선이 치러지고, 같은 해 11월 미국에서는 대선전이 펼쳐진다. 과거 사례들을 보면 한마디로 선거는 북한 문제 해결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대북 정책은 정쟁의 대상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더 자주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이 결코 많지 않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도 2019년에 역진되지 않을 비핵화의 성과를 이뤄내야 선거를 유리하게 치를 수 있게 된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미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은 트럼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신랄하게 공격할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회의감과 북한에 대한 불신감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2020년에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고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북미 관계는 다시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선거 과정에서 대북 정책의 실패를 공격하며 반사이익을 누렸던 후보가 당선된 뒤 유화적으로 돌아서기는 상당 기간 어려울 것이다. 전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반대의 노선을 내세울 게 뻔하다. 즉 대북 정책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또다른 악몽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긋지긋한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려고 시도해온 것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울 법하다. 이른 시간 안에 비핵화 협상을 타결지어야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건설 도약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 사실 그는 빠른 비핵화 의지를 명시적으로 밝혀놓고 있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과 합의한 평양 공동선언 제5조 3항에는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조속히’라는 표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나름대로 통 큰 결단을 내리고 담대한 접근법을 선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고,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하지만 미국 측은 핵 리스트 신고와 같은 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서로 간에 충분한 신뢰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계적, 동시적 행동원칙에 따른 비핵화 문제 해결을 추구해왔던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응 조치는 내놓지 않으면서 대북 제재라는 수단을 통해 북한의 선비핵화를 관철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술이 버겁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트럼프 대통령 같은 이를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뼛속까지 북한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는 워싱턴의 주류 정치지도자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타협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일관성 있게 반복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빈말은 아닌 듯하다. 무엇보다 그는 전임자들이 수십 년간 이루지 못했던 한반도 비핵화와 냉전체제 종식이라는 외교적 업적을 쌓기를 열망하고 있다. 비핵화가 이뤄지면 그에 대한 충분한 ‘상응 조치’, 즉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적 번영 지원 제공을 거듭 약속하고 있다. 지금 북한과 미국 모두를 승자로 만드는 열쇠는 김 위원장이 쥐고 있는 듯하다.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때로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 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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