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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BJ 등 개인방송 컨텐츠가 늘어나면서 불편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유튜브 야외방송 캡처

“잠깐만요, 제가 나이 맞혀볼게요!”

직장인 이모(29)씨는 얼마 전 서울 강남역 인근을 지나다 한 남성이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대는 통에 식은땀을 흘렸다. ‘개인방송 BJ’라고 소개한 남성은 이씨에게 나이 맞히기 게임을 하자며 길을 막아 섰고, 당황한 이씨가 손사래를 치자 새로운 대상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이씨의 얼굴과 목소리, 거절 장면은 실시간으로 불특정 다수 시청자에게 이미 전파된 다음이었다.

유튜버, BJ(Broadcasting Jockey) 등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1만 시대’, 개인 방송이 늘어난 만큼 선정적인 콘텐츠와 관련 에티켓 부재 등으로 인한 시민들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야외에서 실시간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진행되는 ‘야외방송’ 콘텐츠가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해 초상권 보호 등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외방송 혹은 ‘길거리방송’은 생방송이 가능한 플랫폼을 이용해 밖에서 마주치는 시민들에게 말을 걸거나, 벌어지는 상황을 중계하는 방송이다. 스튜디오 등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하는 것에 비해 예측불허의 다양한 상황 전개가 가능해 많은 개인방송 BJ가 선호한다. 주로 강남역, 홍대, 이태원 같은 번화가에서 이뤄진다.

문제는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즉석으로 방송 섭외가 진행되고, 거절한다 해도 이미 라이브방송에 얼굴과 목소리 등이 공개된다는 데 있다. 주변 행인들에 대한 모자이크 처리도 당연히 이뤄지지 않는다. 직장인 김모(27)씨는 “나를 찍는 게 아니라고 할지라도 공공장소에서 방송을 하는 BJ를 보면 혹시라도 내 모습이 촬영될까 봐 일단 피하게 된다”고 불평했다.

‘범법’ 소지가 높은 야외방송도 많다. 예컨대 다짜고짜 마음에 든다며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식의 ‘헌팅방송’이나 얼굴이나 몸매를 평가하는 방송은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의 호응이 높지만, 신체 일부를 동의 없이 찍어 유포할 경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범법행위다. 실제로 헌팅방송을 처음 인터넷에 도입해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 방송했던 20대 BJ가 2016년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헌팅방송으로 인한 고객 불만이 커지자 강남역상인회는 ‘BJ 개인방송 금지령’을 내리고 악명 높은 BJ들의 출입을 막거나 촬영을 제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개인 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는 올해 7월 △길거리 일반인 무단 방송은 NO △방송 중 배경으로 나오는 행인에 주의 △바다, 워터파크 촬영은 더욱 주의 △타인의 얼굴 및 신체 평가 방송은 No, 4가지 주의사항을 담은 권고안을 홍보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피해자가 자신이 나온 영상 캡처를 고객센터 등으로 신고하면 해당 BJ에게 경고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호윤리과 관계자는 “현재 방송플랫폼 사업자들과 함께 초상권 침해 등의 내용을 담은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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