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무역협상 단장에 강경파 세운 미국… 불안한 ‘90일 휴전’

입력
2018.12.04 16:40
수정
2018.12.04 23:48
5면

므누신 대신 라이트하이저… “지금껏 가장 터프한 협상가” 평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 담판을 통해 향후 90일간 협상을 벌이기로 했지만 출발부터가 심상치 않다. 미국은 협상단장을 강경파로 교체하고 자동차관세 철폐를 요구하는 등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시한부 무역협상을 양국 간 관세 철폐 협상으로 규정하며 배수진을 쳤다. 90일 후 최종적 합의가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래리 커들러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콘퍼런스콜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대중 무역협상을 이끌게 될 것”이라며 “비즈니스에서 그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도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금껏 USTR에서 경험했던 가장 터프한 협상가”라며 “관세ㆍ비관세 장벽을 낮추고 시장 접근을 막는 모든 구조적인 관행을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나바로 국장과 함께 대중 강경정책을 주도하는 ‘보호무역 3인방’ 중 한 명이다.

자유무역론자이면서 트럼프 경제라인의 좌장격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대신해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협상 전면에 나서는 건 향후 협상 과정에서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업무만찬을 겸한 정상회담 당시 협상대표 교체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건파 의견을 수용해 무역전쟁 휴전에는 동의했지만 실제 협상은 녹록치 않을 것임을 시 주석의 면전에서 직접 경고한 것이다.

이미 미국 측의 기류는 한층 강경해졌다. 협상파로 꼽히는 커들러 위원장조차 “중국이 시장 개방 약속을 서둘러 이행해야 한다”면서 “미국산 자동차관세가 제로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현재 40%인 중국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관세 인하 내지 철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후 시 주석의 약속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사안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90일 한시협상을 관세 철폐 협상으로 규정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새로운 관세 부과 중지에 합의한 뒤 실무진에게 모든 관세를 철폐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왕이(枉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정상회담 직후 향후 협상과 관련해 “모든 관세를 철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별 사안에선 미국에 양보가 불가피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자신들이 주장해온 자유무역 확대와 맞닿아 있는 관세 철폐 협상이라는 얘기다. 관영매체들이 이런 논조를 연일 보도하는 건 사실상 내부 단속의 의미가 커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중 간 무역협상이 이르면 다음주에 재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중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두 나라 실무진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30여명의 협상단을 이끌고 이달 12~15일 워싱턴을 방문하는 일정을 조율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내주에 30명 가량의 대표단을 워싱턴에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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